한국일보

푸틴이 일방 선언한 30시간 휴전, 서로 비난만 하다 종료

2025-04-20 (일) 0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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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교착 타개는커녕 “우크라, 1천번 위반” “러, 3천번 위반” 공방

▶ 러 종전·美 중재 의지 의문…미국과 광물협정 앞둔 우크라엔 좌절감

푸틴이 일방 선언한 30시간 휴전, 서로 비난만 하다 종료

부활절 행사 치르는 우크라이나 군인들 [로이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30시간 부활절 휴전'이 21일(현지시간) 종료됐다.

그러나 양측 모두 상대방이 휴전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을 뿐, 휴전 연장 등 종전협상의 교착 해소를 위한 물꼬를 트기엔 애초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타스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부활절 휴전의 시한은 모스크바 현지 시각으로 이날 0시(한국시간 오전 6시) 도과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다른 명령은 없었다"며 휴전 연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휴전 선언 이후 우크라이나가 부활절 이후로 휴전을 연장하자고 역제안했고 미국 국무부 역시 연장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무위에 그친 것이다.

30시간의 짧은 휴전조차 지켜졌는지 의문이 남는다. 양측이 서로 휴전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열띤 비난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444차례 공격하고 크림반도, 브랸스크, 쿠르스크, 벨고로드 등 접경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900회 이상 벌이는 등 1천번 넘게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 결과 민간인 사상자와 민간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러시아가 더 많은 위반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오전부터 러시아의 포격이 오히려 늘어났고 자국 진지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은 67차례 이뤄졌다며 오후 8시 기준으로 2천회 넘는 러시아의 휴전 위반이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은 21일 오전 러시아의 휴전 약속 위반이 3천회에 육박했다고 집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는 푸틴 대통령이 군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진정한 종전 의지 없이 그저 유리한 선전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군 제93기계화여단의 병사 세르히(22)는 로이터에 "휴전 선언은 마치 양보와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바깥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전장의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노골적 거짓말일 뿐"이라고 냉소했다.

일방적으로 선언한 고작 30시간의 휴전조차 논란만 거듭된 채 종료됐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종전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 중단'까지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내자 이를 적당히 달래 가며 종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휴전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역시 중재자로서 외교력 부재 속에 상황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 직후에도 그 일방적 성격에 대한 지적은 내놓지 않았고, 이후에도 실질적 노력 없이 휴전 연장을 희망한다는 뜻만 주문처럼 외다가 그나마 찾아온 협상 교착 타개의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전쟁 종식보다는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을 통한 자국 이익 극대화에만 관심을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오는 24일 미국에 광물 접근권을 부여하는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영유권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디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의 '친 푸틴' 발언에 대해 점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군사 지원을 사실상 중단하고 정보 공유를 멈추는 등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비례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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