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가 황제’ 다이먼, 트럼프 무역전쟁에 ‘미국 신뢰 추락’ 경고

2025-04-15 (화) 04: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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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책 향한 투자자 불안에 “미국도 조심해야” 지적

▶ 중국과 대화 촉구… “미국, 목표 위해 유럽·한국 등 동맹과 경제협력”

미국 금융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제이미 다이먼(69)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미국의 국가 신뢰도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이 번영, 법치, 경제력, 국방력 덕분에 '위험 회피처'로 인식되고 있지만 세계 무역 체계를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 때문에 그런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불확실성의 많은 부분이 그런 지위에 어느 정도 위협이 된다"며 "따라서 현재의 관세와 무역전쟁이 정리돼 사라지고 사람들이 다시 미국을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저런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신뢰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흔들리는 시선은 지난주 국채 수익률 하락에서 일부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혼선과 규제당국 공격에 미국의 오랜 위상을 의심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팔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수십 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다이먼 CEO는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며 "신으로부터 성공할 권리를 부여받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행보에 경종을 울렸다.

이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전 세계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과도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이먼 CEO는 "해방의 날 관세가 발표됐을 때 그 관세가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는 극적으로 달랐다"며 "예상했던 범위보다 한참 밖에 있어서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에 충격을 줬다"고 돌아봤다.

그는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무질서했지만 대다수 시장은 괜찮았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 사람들이 겁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다이먼 CEO는 미국 금융가에 미치는 영향력 덕분에 '월가의 황제'로 불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경고를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의 집행을 90일 유예했으나 중국은 예외로 삼아 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렸다.

다이먼 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운영하는 관세의 규칙 체제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현실적으로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것(미국의 목표)을 동맹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며 "결국 유럽, 영국,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과 협상해 매우 견고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CEO는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는 무역전쟁을 해소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시급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어떤 대화도 있는 것 같지 않다"며 "1년씩 기다릴 필요가 없이 당장 내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왔으나, 이달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관세 정책으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비판적인 태도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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