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재명 독주 vs 보수 반전… 막오른 조기 대선

2025-04-05 (토) 12:00:00 정지용 기자
크게 작게

▶ 이재명, 명실상부 ‘대세’ 주자…사법리스크 변수

▶ 윤 ‘영향력’ 여전할 수도⋯당 ‘헤어질 결심’해야

이재명 독주 vs 보수 반전… 막오른 조기 대선

아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굳히기냐, 보수의 뒤집기냐.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60일 이내 조기대선’이 현실화했다. 보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이번 대선은 이 대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불법 비상계엄, 탄핵심판 장기화에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보수진영 후보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기존 지지층 결집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초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이 대표가 보여준 게 없다”는 비판이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낮은 호감도 ▲보수 결집력 ▲중도층의 정치 환멸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대통령의 ‘얼굴’을 바꿀 핵심 변수들을 짚어봤다.

이 대표는 대선 정국에서 부동의 ‘1위 주자’다. 2022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줄곧 독주 체제를 유지해왔다. 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34%로 여권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5%)와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그간 발목을 잡던 사법리스크도 일부 해소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선고로 대권가도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상대적으로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이재명계 주자들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이유다.

하지만 ‘비호감‘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이 대표는 2022년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듬해 자신이 체포될 상황에 놓이자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여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저항했다.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은 대목이다.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비명계가 줄줄이 탈락한 ‘비명횡사’ 논란도 일었다.

형사재판의 경우에도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사건 등 5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대선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판결을 매듭지을 가능성도 남았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6·3·3원칙(1심 6개월, 2심·3심 3개월 이내 마무리)을 적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생환, 윤석열 탄핵’ 상황을 맞은 보수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윤 전 대통령의 무모한 비상계엄 이후에도 강성 지지층은 서울 광화문·여의도에서 대형 집회를 열고 ‘탄핵 반대’를 외쳤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극우’ 인사인 전광훈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과 손을 잡았다.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 ‘반성과 쇄신’이 아닌 ‘국론 분열’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탄핵 직전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12%(민주당 40%)까지 무너졌다. 반면 4일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5%, 민주당은 4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탄핵에 찬성하던 국민과 ‘반대편’에 선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보수를 향한 냉랭한 민심은 4·2 재보궐 선거에서 가감 없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 국민의힘 후보들은 기초단체장 5곳 중 4곳에서 패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은 “강성 보수층에 편승한 청구서가 날아온 것”이라면서 “이대로 보수 결집력이 유지되길 기대하지만, 실망감에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후계자’ 지명 등으로 판을 흔드는 일을 막으라는 취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선 이후 논공행상에 참여하려면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윤 전 대통령도 분명히 역할을 하려고 할 텐데, 탄핵에 찬성했던 지지층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한 몸’인 친윤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당내에서는 친윤 중진 의원들이 ‘정권 재창출’보다 ‘대선 패배 후 당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뒷말이 적지 않다. 다음 당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다선 의원은 “일부 친윤 중진들이 아스팔트로 나가 강성 보수층에 어필한 배경은 당권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거대 양당이 고정 지지층을 ‘영끌’하며 세를 결집하더라도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결국 승패를 좌우하는 건 ‘중도 민심’이다. 중도층의 62%가 ‘정권 교체’를 택했고, 67%는 탄핵에 찬성했다(4일 한국갤럽 조사). 중도층은 국민의힘에 사실상 등을 돌린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싫지만 이 대표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위 조사에서 중도 응답자의 경우, 이 대표 지지는 38%에 그쳤다. 조사 직전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상승 효과는 없었다.

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도 확장성을 가진 대선 후보를 배출하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 대표에 붙어 보려면 중도 확장성을 가진 ‘탄핵 찬성’ 후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당 지지층이 중도 확장성을 가진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