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면 2시간 만에 입장 표명
▶ “국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영광”
▶ 헌재 선고 관련 직접 언급 안해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시간 만에 메시지를 냈다.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깔끔하게 헌재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은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불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승복이라고도 볼 수도 없는 애매한 표현이다. 향후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언제든 논란이 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변호인단을 통해 전한 140여 자 분량의 짧은 메시지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습니다”로 운을 뗐다. 이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되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억울한 심정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불법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후 줄곧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력했다. 구속 상태이던 1월 24일엔 설 연휴를 앞두고 "설날이 다가오니 국민 여러분 생각이 많이 난다"며 “여러분 곁을 지키며 살피고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당시 변호인단은 "변호인 구술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전하는 설날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설 인사를 통해 강성 지지층에 계속해서 결집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대치하던 1월 1일에는 발언이 한층 격했다. 한남동 관저 부근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전달한 A4용지 메시지를 통해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면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에 앞서 복귀를 자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이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을 헌재가 인정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며 “당장 오늘 승복 메시지가 나올 순 없고, 승복 메시지나 국민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헌재 파면 선고 직후 변호인단 소속 윤갑근 변호사가 “진행 과정 자체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결과까지도 전혀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힌 것 역시 승복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읽혔다. 윤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할지' 여부에 대해 "제가 (윤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못 해봤다"고 답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 등의 법률적 상황을 감안해 윤 전 대통령이 고도로 계산된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불법계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 메시지를 낼 경우 형사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10일 파면 선고 이후 이틀이 지나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낸 것에 비하면 속도가 빠르다. 다만 당시 박 전 대통령도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3주가량 뒤에 구속 수감됐다.
우려가 커지는 건 극단적 성향의 지지층이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가 승복하지 않으면 국론 분열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며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이 끝까지 승복하지 않고 ‘사저 정치’로 지지세력을 움직이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로 국민의 질책과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는 했지만 여당 내 불복 움직임도 적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향후 대선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반성과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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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