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번영 시스템 트럼프가 날려버려” “세계무역 지진” 평가
▶ “미국 관세 1910년께 이후 최고 수준”…스무트-홀리법 넘어서
▶ 세계 경제 침체 우려…글로벌 분업도 위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상호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됐던 자유무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빠져나오고 있던 세계 경제가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불붙인 관세 전쟁으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모든 무역상대국에 기본관세 10%를 부과하고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들에 개별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는 25%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에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 등 맞대응에 나서면 전 세계 경제가 큰 혼란에 휩싸이고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 국제 통상 질서가 급변하는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미국 주도의 규칙 기반 시스템 위에 구축됐던 자유롭고 폭넓은 국제 무역의 시대가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무역상대국이 이득을 본 규칙을 수정하기보다 국제무역을 규율하는 시스템을 날려버리는 편을 택했다"고 말했다.
데베어그룹의 나이절 그린도 "세계무역에 지진이 발생한 날"이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세계를 더 번영하게 했던 시스템을 트럼프 대통령이 날려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최악보다 더 안 좋은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뒤집힌(inverted) 세계'에서 경쟁하기 위해 유럽이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탈냉전 이후 낮은 인플레이션과 무역 확대 등을 가리켜 "다자주의와 규칙 기반 질서에 전념해온 패권국 미국으로부터 모두가 수혜를 봤다"면서 "이제 닫히고 분열되며 불확실한 상황과 싸워야 한다"고 우려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했던 1930년대 초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으로 관세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1929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자인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발의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대공황을 악화시켜 이후 자유무역 질서에 균열이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반면교사로 언급되곤 하는 사례다.
앞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스무트-홀리 관세법 당시보다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다트머스대의 경제사학자 더글러스 어윈은 "스무트-홀리법 때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0년대 초반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의 올루 소놀라는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미국 관세율이 지난해 2.5%에서 22%로 급등하게 됐다면서 "1910년께 마지막으로 본 관세율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게임 체인저'"라면서 "여러 나라가 침체에 빠질 것이다. 이러한 관세율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모든 기존 예측치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인시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안토니오 파타스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지표 부진과 불확실성을 예상하면서 "세계적 침체라고 부를 만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더 비효율적인 만큼 모두에게 더 나빠지는 세계로 가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자유 무역에 기반한 세계적 분업 체계가 망가지면 상품 가격이 올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부채가 급증한 상태에서 경제가 둔화하면 버틸 수 없는 국가들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미국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