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덴마크, JD 밴스 부통령 맹폭에 “말투 부적절…그린란드 협력은 용의”

2025-03-29 (토) 0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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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주둔 확대 논의할 수 있어” 2차대전 당시 美기지 17곳…현재는 1개

▶ 덴마크 총리, 내주 그린란드 방문…美영향력 차단·새 정부 끌어안기

덴마크가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한 JD 밴스 부통령을 향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북극 안보 강화 협력을 할 용의가 있다고 재차 밝혔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밴스 부통령 연설과 관련 "비판은 수용할 수 있으나 솔직히 말투가 달갑지는 않다. 가까운 동맹을 향해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날 밴스 부통령은 덴마크가 그린란드 안보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또 "그것은 바뀌어야 한다. (그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지금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스무센 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말했듯 미국이 그린란드 내 군사 주둔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존중하며,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1951년 덴마크와 미국이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언급하면서 "이 협정은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군사 주둔을 더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원하는 것이 그것(군사 주둔 확대)이라면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이어 "1945년까지 미국은 그린란드에 17개 군 기지를 운영했고 병력 1천여명 정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밴스 부통령이 방문했던 기지 1곳만 남았고 병력은 약 200명 정도"라며 "이미 존재하는 협정의 틀 안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무센 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덴마크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는 며칠 전에는 미국도 과거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팩트는 우리(덴마크와 미국)가 모두 '평화 배당'을 누려왔다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북극이 과거에도 미래에도 긴장이 낮은 지역이어야 한다는 가정하에 행동했지만 그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자 당시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가 나치 독일의 군사기지로 활용될 것을 우려, 이듬해부터 본격 주둔했다. 1945년 기준 미군 기지는 17곳에 달했다.


당시 다급했던 미국은 군 기지 설치에 관한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독일 통제하에 있던 덴마크 정부 대신 주미 덴마크 대사와 약식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과 냉전 구도가 본격화하고 1949년 덴마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는 북극 지역의 군사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에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정식으로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체결하고 그린란드에서 군사 기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밴스 부통령이 전날 방문한 그린란드 최북단의 피투피크 우주기지도 이 협정 체결 이후 본격 가동됐다.

그린란드는 1953년을 기점으로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돼 나토 영토에 속한다.

라스무센 장관도 "잊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린란드는 나토의 일부"라며 "나토 안전보장은 그린란드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새 연립정부 끌어안기에도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내달 2∼4일 그린란드를 방문해 차기 그린란드 총리인 옌스-프레데리크 니엘센 민주당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총리실이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인들과 정치인들이 그린란드에 대한 엄청난 압박에 대응하는 방식에 깊은 존경을 갖고 있다"면서 그린란드와 덴마크 간 협력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그린란드의 '독립'을 독려하면서 "나는 궁극적으로 그들(그린란드)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훨씬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더 많이 보호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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