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후 아시안 증오사건 ↑
▶ 혐오·차별 발언 66%나 증가
▶ 한인 등 피해사례도 늘어
▶ “적극 신고… 대책 필요”
한 한인 여성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줄을 서 있었는데 갑자기 생판 모르는 한 백인 여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갑자기 이 한인 여성의 면전에 “트럼프가 약속한대로 네가 추방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폭언을 쏟아냈다. 이어 백인 여성은 피해 한인 여성의 몸을 밀치는 신체적 위해도 가했고 한인 여성은 바로 그 자리를 피했다.
이는 증오사건 신고 접수 및 퇴치 운동 기관인 ‘아태계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이 캘리포니아에서 접수한 실제 한인의 피해 사례다. ‘STOP AAPI HATE’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반아시안 정서가 다시 확산하고 있으며, 위의 한인 사례와 같은 아시안 증오 사건이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최근 밝혔다.
STOP AAPI HA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증오 발언(비방, 욕, 인종차별 표현 등)이 가장 두드러졌다. 올해 1월 접수된 아시안 대상 증오 발언 사건은 8만7,945건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작년 11월대비 66% 증가한 수치이자, STOP AAPI HATE이 출범한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남아시아계를 겨냥한 발언은 3만6,136건에서 6만3,258건으로 75%나 증가했으며, 한인 등을 포함하는 동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발언도 1만5,476건에서 2만3,287건으로 51% 늘어났다.
폭력 위협도 급증하고 있다. 반아시안 폭력 위협은 작년 11월 734건에서 12월 1,164건으로 59% 많아졌다. 올해 1월에도 1,099건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작년 11월 대비 50% 확대된 셈이다.
보고서는 증오 사건 증가가 반이민 정책, 정치적 환경 및 발언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오랫동안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외국인 혐오적 발언을 지속해왔으며, 이는 이민자와 아시안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민 문제나 외국과 관련된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아시안 증오가 확대되는 패턴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년 12월 H-1B 비자 논쟁이 한창일 때도, 매번 중국계 기업과 관련된 뉴스가 보도될 때도 온라인에서 눈에 띄게 아시안 증오 정서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극우 성향의 혐오 선동이 더해지며 한인 등 아시안들의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보고됐다면서 위의 캘리포니아 한인 사례 외에도, 서부 지역에서 한 아시안 여성이 길에서 우편물을 부치던 중 중년 여성에게 “우편물을 훔치는 거냐?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사건, 버지니아에서 한 인도계 남성이 식당에서 낯선 사람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이니까 너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폭행 위협을 받은 사건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의 문제를 넘어 실질적인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이민 정서와 결합된 아시안 증오는 점점 더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더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안 증오 범죄를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지역사회 차원의 보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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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