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은행 공동진출로 영역 넓혀… 포트폴리오도 다양화

2025-01-15 (수) 12:00:00 서울경제=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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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성공 방정식 찾는 K금융 - 글로벌 IB에 도전
▶ 규모 작더라도 다양한 딜 참여

▶ 우리은행 카타르 담수 프로젝트
▶ 하나은행 영국 풍력발전 참여
▶ ‘화이트 리스트’ 포함은 과제

한국은행 공동진출로 영역 넓혀… 포트폴리오도 다양화

하나은행 런던지점이 2019년 8,000만 달러 규모로 투자한 영국 템즈강 하저 터널 건설 프로젝트 현장에서 공사인력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활발하냐고요? 그들은‘존재’하고 있습니다(Are they active? They just exist).”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만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담당 정부기관 관계자는 한국 금융사들의 유럽 시장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활발(active)하지 않고 존재(exist)한다는 그의 표현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K금융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주요 은행들을 비롯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해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주로 해오다 최근 들어서야 글로벌 기업이나 금융사들을 상대로 다양한 투자은행(IB) 프로젝트에 참여해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유럽계 대형 금융사들의 탄탄한 네트워크와 실력에 밀려 아직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IB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주류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대형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레퍼런스를 쌓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효율적인 현지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자가 ‘세계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서 만난 국내 은행들의 관계자들은 글로벌 IB시장에서 도전자 입장으로 차근차근 트랙레코드을 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주인공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성물산이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금융사로 참여해 금융 구조 설계와 대출 주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홍콩·두바이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민간 상업은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5억8,000만 달러의 금융 지원을 주선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IB 전문성을 활용해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금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2019년 약 2억 달러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프로젝트 금융에 공동 주선 기관으로 참여해 다른 아시아계 금융기관에 셀다운까지 수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 관계자는 “IB 분야의 딜을 연간 300건 이상 검토해 안정성이 확보된 건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약 16건을 진행하는 등 최근 3~4년간 IB자산이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미래를 위해 항공기·선박·인프라 등 최대한 다양한 딜에 참여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볼 때 IB 분야에서 K금융은 아직 ‘도전자’다. 금융시장에서는 신뢰성과 네트워킹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전통적인 유럽·미국계 금융사들이 탄탄한 시장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프로젝트들은 해외 IB들이 독식하고 있어 국내 금융사들은 한국 기업이 현지에 시행하는 사업이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들에 참여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런던지점 관계자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인력은 지점당 몇십 명 수준이지만 HSBC·BNP파리바 등 톱티어로 분류되는 금융사는 수천 명 규모에 현지 직원 비중도 높다”며 “기본적으로 경쟁보다는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딜을 진행할 때 초대받아 실적을 쌓고 주관사의 화이트 리스트(참여 가능한 금융사 명단)에 오르는 게 현재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도전자 K금융이 선진국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영국에서 만난 해외 IB 관계자들은 물론 국내 금융사 관계자들 모두 ‘K금융사 간 연대를 통한 협업’을 첫손에 꼽았다. 개별 금융사별로 IB 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력과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서울경제=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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