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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우편물

2025-01-08 (수) 07:44:13 김성식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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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신문이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배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맞겠다. 그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그리고 낮에는 우편물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나 많은 눈이 쌓였으니 우체부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현직 우체부로서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눈이 많이 내리면 우편물은 배달되지 않는다. 쌓인 눈은 우체부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우체부가 자신의 배달 차량에서 출발하여 우편함 등 우편물을 투입하는 곳까지 가는 길이 안전하지 않으면 우편물은 배달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쌓인 눈이 치워져 있지 않아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겠지만 눈이 치워져 있더라도 추위가 계속되어 빙판이 되어 있는 경우에도 우편물은 배달되지 않는다.
언덕 위 또는 언덕 밑에 있는 집들의 경우에 그 언덕길에 눈이 쌓여있거나 빙판길이 되어 우체부가 안전하게 접근할 수 없다면 그 지역 집들 전체에게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기도 한다.

배달하지 않은 우편물은 어찌되는 것일까? 보낸 사람에게 반송(RTS, Return To Sender)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배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배달한다. 배달할 수 있는 상황은 우편함으로 가는 길에 쌓인 눈이 치워져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는 경우라도 긴급히 받아야 할 우편물이 있다면 우체국을 방문하여 직접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정당한 수취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름과 주소가 기재되어 있고 사진이 든 신분증(Photo ID)을 제시하여야 한다.

단독주택으로서 우편함이 길가에 있어서 우체부가 차를 우편함 앞에 대고 운전석에 앉은 채로 우편물을 투입하는 구역이 있다. 이 경우에 우편함 앞에 눈이 쌓여 있다면 우체부는 우편물을 배달하지 않고 통과하게 된다. 우체부가 멀찌감치 배달 차량을 세운 후 우편물을 들고 눈을 헤치고 우편함까지 걸어가서 우편물을 배달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제설차량의 제설 작업 결과로 길가로 밀어 놓은 눈이 우편함 앞에 쌓인 경우에도 우편물을 배달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우체부는 날씨와 상관없이 우편물을 배달한다.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그리고 눈이 내려도 우편물을 배달한다. 그러나 우체부가 안전하지 않다면 우편물을 배달하지 않는다. 우체부도 우리의 이웃이다. 우체부가 안전하게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 또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김성식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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