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전은 이미 시작 됐나’-. 뉴스위크지가 던진 질문이다.
‘영국은 러시아와 실제로 전쟁 중에 있다.’ 지난 봄 리처드 디어러브 전 영국 비밀정보국(MI6) 국장이 한 말로 다발성위기(poly-crisis)가 뉴 노멀이 된 요즈음 ‘3차 대전’은 중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볼 때 3차 대전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아직은 무리다. 그렇지만 그 위험성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얼마나 위험한가. ‘아직까지는 냉전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내부의 열 기류가 계속 상승, 비등점을 향해 가고 있다.’ 발트안보재단의 올레브스 니케르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비유와 함께 그는 현 상황을 3차 대전으로 진입하는 마지막 단계로 진단했다.
‘3차 대전 임박’- 그 불안감 증폭의 최대 변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푸틴의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골병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구소련의 실지회복, 그리고 미국주도 국제질서 전복의 꿈을 결코 버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설사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와의 또 다른 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분석이다.
그 푸틴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초대형 북조선’이라고 할까, 그런 ‘불량체제’(rogue regime)가 된 러시아는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게 이어지는 설명이다.
구소련의 영광 재현을 위해 확전에 혈안이 돼 있는 푸틴은 그 사전 준비작업에 이미 착수했다는 것이 이어지는 설명으로 중국, 북한, 이란 등 이른바 CRINKs의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를 그 하나로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 독재세력들은 일제히 지원에 나섰다. 북한은 탄약과 무기지원도 모자라 최대 10만의 병력 파견을 약속하는 등 경쟁적으로 도움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이들 국가들에 대해 전례 없는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이란 핵무장지원 가능성이다. 이란이 핵보유국이 되면 뒤따르는 것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의 핵무장경쟁이고 결국 중동지역은 거대 핵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은 한반도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은 이 악의 쿼드 세력의 동시다발적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유럽안보는 유럽에게 맡기고 중국 억지에 전념해야한다. 트럼프 사람들의 주장이다. 미-중 충돌이 발생한다. 그러면 이는 미-중 전쟁으로만 그칠까. 나머지 독재 세력들은 일제히 중국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게 미의회 전문지 더 힐의 분석이다.
북한은 당장 한국을 공격해 미국의 전력분산을 꾀하고 나선다. 또 러시아는 유럽전선에서 새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식으로 중국을 지원한다는 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사보타주에, 암살, 심지어 조직범죄를 사주한 테러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유럽이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통령 암살기도가 적발됐다. 영국에서는 핵잠수함 조선소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에서도 유사사건이 보고됐다. 이 사건들의 배후로 하나같이 러시아가 지목되고 있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동맹국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우크라이나 지원을 방해한다. 더 나아가 또 있을 수도 있는 서방과의 전쟁, 그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푸틴 러시아는 이 회색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포린 어페어스는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유라시아 대륙 건너 ‘동부전선은 과연 이상이 없는가’하는 것이다. 분명히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그 현장은 그리고 다름 아닌 대한민국으로 보인다.
계속 이어지는 탄핵정국. 그 혼돈 가운데 뭔가 희미하지만 한 밑그림의 윤곽이 포착되는 느낌이다.
중국 간첩 수사와 처벌을 입법횡포로 막았다. 그 더불어민주당은 1차 탄핵소추안을 내면서 자유 민주주의 가치지향의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탄핵 사유의 하나로 밝혔다. 그러니까 북-중-러 위협에 맞선 한미일 3국 공조를 탄핵사유로 들고 나온 것이다. 왜일까.
관련해 떠올려지는 것은 이재명이 중국대사 앞에서 ‘셰셰’를 연발하며 머리를 조아리던 장면이다. 동시에 한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통일전선전략’이라고 했던가. 시진핑이 중국공산당의 법보 중 법보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굴기를 이루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칭찬했던 그 비열한 이간 전략 말이다.
중국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이재명과 종중종북좌파들. 그리고 베이징이 통일전선전략을 구사, 친(親)중국화 공작의 일환으로 쳐놓은 ‘이익의 사슬’과 ‘위협의 사슬’의 포로가 된 한국의 상당수 엘리트, 지식인, 그리고 정부 당국자들. 거기에다가 탄핵지지 시위 때마다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중국인들. 이들이 어우러져 벌이고 있는 것이 광란의 탄핵소동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새삼 드는 것이다.
탄핵사태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내전. 이는 아무래도 우크라이나와는 또 다른 형태의 국제적 대리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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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