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뷰티업주, 좀도둑 쫓아가다 범인 차에 피살

2024-12-17 (화) 07:24:42 황의경 기자
크게 작게

▶ 64세 한인 연말 앞두고 “평생 가족에 헌신했는데” 지인들 애도… 성금 모금

한인 뷰티업주, 좀도둑 쫓아가다 범인 차에 피살

김일선(64·사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 와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근면하게 살아온 60대 한인 여성 뷰티업주가 연말을 앞두고 자신의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좀도둑을 뒤쫓다 범인들의 차량에 깔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던 김일선(64·사진)씨가 매장에 침입한 좀도둑을 막으려다 용의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고 뉴스4JAX, 액션뉴스JAX 등 지역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6시께 애틀랜틱 블러버드에 위치한 케르난 빌리지 샤핑몰 내 김씨가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 ‘뷰티 맥스’에 2명의 절도범이 침입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진열해 놓은 여러 물건을 쓸어 담은 뒤 1명은 도보로, 1명은 대기 중인 차량을 이용해 도주를 시도했다.


김씨는 차량을 타고 도주를 시도하는 1명을 뒤쫓아 갔고, 이때 도주하던 용의 차량이 김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김씨는 병원에서 사망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가족과 샤핑몰 내 상점 업주들은 최근 일대에서 이같은 절도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상인들의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김씨의 매장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피해를 입었으며, 심지어 김씨가 사망한 다음날에도 김씨의 매장 내에서 절도 시도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986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김씨는 뉴욕 브롱스에 정착한 후 뉴저지와 루이지애나를 거쳐 플로리다에 뿌리를 내 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위험을 감수하며 지키려 했던 매장은 3년 전 그녀가 생애 처음으로 소유한 첫 번째 매장이었다.

부고에 따르면 가족들에게 김씨는 순수한 근성과 결단력으로 가족들의 삶을 지탱하는 ‘닻’과 같은 존재였다. 60대에 수영을 배우고, 건강한 삶을 위해 ‘줌바’를 시작했던 김일선씨는 끝까지 활기차고 의욕적인 삶을 추구했다.

유족으로는 38년간의 결혼생활을 함께한 남편과 두 딸이 남아 있다. 현재 지인들은 김씨의 장례 및 이장 비용을 돕기 위해 고펀드미 성금 계정을 개설해 15일 오후 현재 4,725달러가 모금된 상태다.

<황의경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