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리 정-게 세 마리 소스

2024-11-29 (금) 0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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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만들 때 사용하는 베트남산 생선 소스가 있다. 상표에 게 세 마리 그림이 있어서 일명 ‘게 세 마리’로 불린다. 한국산 멸치 액젓 또는 까나리 액젓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데 한국의 액젓보다는 덜 짜다.


코로나 이후 ‘게 세 마리’는 가격이 많이 올라 비쌀 때는 한 병에 9.99달러까지 했다. 보통은 6.99달러 정도다. 이번 주에 ‘게 세 마리’가 4.99달러로 세일을 했다. 세일 기간이 정해져 있고 두 병 한정이다. 한 병에 적어도 2달러는 아낄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 지점에서 두 병 밖에 살 수 없으니 같은 마트의 다른 지점을 돌아다녔다.

같이 장을 보러 간 배우자는 자동차 개스값과 인건비가 더 비싸다고 투덜거린다. 마트에 들어가기 전에 차 트렁크에 있어야할 장바구니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에는 한 장당 5센트 하는 플라스틱 봉지를 구입하거나 그냥 들고 와야 한다.


‘게 세 마리’ 2병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 점원은 플라스틱 봉지를 사용하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거절을 했다. 옆에 있던 배우자는 5센트인데 봉지에 넣어가자고 한다. 그래도 그냥 들고 차로 왔다. 차 뒤에서 굴러다니는 ‘게 세 마리’ 유리병이 깨질까 저속으로 운전을 했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집 앞에서 사건이 터졌다. 배우자가 들어오다가 집 앞 돌판 위에 ‘게 세 마리’ 한 병을 떨어뜨렸다. 유리병은 깨졌고, 집 앞은 액젓 냄새로 진동을 했다.
“그 유리병 하나 제대로 못 들고 오냐?” 욕을 열 바가지 했다.


배우자도 가만있지 않는다. “이제 늙어 손아귀에 힘이 없어 그래. 그래서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오자고 했지? 5센트 아낀다고, 앞으로 내가 5센트 준다”

나도 또 한마디 했다. “비닐봉지 5센트는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고, 5센트든 5불이든 돈은 쓸모 있게 써야지…” 탁구 하듯 말싸움이 계속 돈다.

추수감사절에 타주에 사는 아이들이 왔다. 일 년에 온 가족이 모일 날이 많지 않아 온 가족이 모일 때는 외식도 한다.

외식을 할 때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것도 콧소리를 넣어서. “얘들아, 가격 보지 말고 먹고 싶은 걸로 시켜”
배우자는 투덜댄다. “누군 5센트 때문에 구박 당하고, 누구는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고 하고”

그럼, 난 이렇게 말한다.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


이웃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늙으면 부부 밖에 없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 늙지 않았으니-세월 앞에 늙지 않는 사람 없고, 훗날 내 발등을 찍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지금은 여전히 남의 자식보다 내 자식이 좋다. 아니면 이번만 남의 자식에게도 가격표 보지 말고 음식을 시키라고 해야겠다. 갑자기 달라지면 남의 자식이 놀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문의 (703)625-9909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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