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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정보력 美, 北무기지원 신속 공개했으나 파병은 뒤늦게 확인

2024-10-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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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우크라·한국 발표에도 한동안 “독립적 확인 불가” 신중 입장

▶ 美정부 “자체 프로세스와 평가 거쳐 공개”…일각, 美대선 의식?

최강정보력 美, 北무기지원 신속 공개했으나 파병은 뒤늦게 확인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18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른바 '천조국'으로 불리며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정보력을 가진 미국이 23일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파병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이런 시차가 발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한국보다 공개적인 정보 확인이 늦은 데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등 북러간 밀착 행보에 대해 선제적으로 기밀을 해제해 공개했던 것과도 대비된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통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사망한 사람 가운데 북한군 장교가 6명 포함됐다는 보도가 지난 4일 나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설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 무기뿐 아니라 병력도 보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17일엔 북한이 약 1만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소개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8일 북한이 최근 모두 1만2천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부가 이미 러시아로 이동했다면서 관련 위성사진 등도 같이 공개했다. 국정원은 23일에는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을 3천여명으로 제시하는 등 후속 상황도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국정원의 추가 발표 이후에야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처음으로 북한군의 파병 증거가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천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전까지는 "북한 군인이 러시아를 위해 싸운다는 아이디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지난 15일)라면서 '독립적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북러간 군사 협력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했던 이전 행보와도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미국 NSC는 2022년 12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그룹에 무기를 판매했다고 먼저 발표했다. 북한이 '중상모략'이라고 반발하자 지난해 1월에는 위성사진 등 관련 증거도 공개하며 북한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추가로 탄약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같은 해 9월 초에는 미국 언론을 통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및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흘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미국의 정보 확인이 늦은 것은 내부적인 정보 처리 프로세스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 내에는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국가안보국(NSA), 국가지리정보국(NGA), 국가정찰국(NRO) 등 모두 18개의 정보기관이 있다.

미국에서 특정 첩보에 대한 확인은 관련 정보기관이 협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와야 이를 사실로 확인한다.

나아가 기밀 정보를 대외에 공개할 경우 출처 등 민감한 정보는 빼면서 보안 수준을 낮추는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이 북한군 파병 발표에도 미국은 공식 확인하지 않는 것과 관련, "미국은 특정 정책 영역과 관련해 어떤 것을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전에 자체적인 프로세스와 자체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NSC의 북한군 파병 사실 확인과 관련, "오늘 발표한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정보를 다운그레이드(downgrade·수위 하향 의미)한 것"이라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군의 이동에 대한 한국 정부의 평가에 대해 신속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은 위성사진이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등 미국의 독립적 자산으로부터의 정보를 기다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워싱턴은 초기에는 (북한군 파병에 대한) 소스나 분석에 대한 신뢰가 낮았으나 결국 한국 측 평가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미국의 북한군 파병 사실 확인 시점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는 중동에서 여전히 확전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사실상 국제전으로 확대될 경우 여당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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