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나스랄라 살해 사전통보 안해…사후에 ‘이란 보복 막아달라’ 美에 요청”
▶ 휴전안 묵살 이어 또 독자행보…바이든-네타냐후 불화 심화, 美 부글부글
▶ 美 언론 보도…바이든 휴전 촉구, 일각선 “트럼프 도우려는 것 아니냐” 추측까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바이든 [로이터]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암살 과정에서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았으며, 사후에서야 '저항의 축' 맹주 이란의 보복을 억제해달라고 '뒷수습'을 요청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를 두고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간 불화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를 살해한 베이루트 공습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한명의 이란 고위 장성, 두 명의 이스라엘 및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이란은 그동안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피하는데 있어 신중을 기해왔으나, 이번 나스랄라 '제거'가 이란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게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우려다.
악시오스는 미국 당국자들의 전언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나스랄라의 살해를 지지하지만, 이스라엘 측의 협의 및 투명성 부족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이들 당국자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관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할 실질적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스라엘로부터 이미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오스틴 장관에게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작전상 조처를 하고 공개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이같은 SOS 요청은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총회 무대에서 미국 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안을 묵살, 미국의 긴장 완화 촉구에도 사전 협의 없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 이후에 이뤄진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나스랄라 암살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국가안보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중동 상황을 보고받은 뒤 중동 지역내 미군 현황을 검토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시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불가피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휴전을 해야 할 때"라고 답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향해 다시금 긴장 안화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행보에 대해 미국 당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 행정부 한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나스랄라 살해 작전에 나섰다면서 "나스랄라가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이스라엘이 우리와 상의 없이 이런 일을 하고는 이란 문제를 정리해달라고 하니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이란의 직접적 개입을 막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을 방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의 양쪽 민간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해결책에 도달하는 일이라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미국 카운터파트들에게 나스랄라 살해 공격에 대한 어떤 사전 경고도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공격이 바이든과 네타냐후 사이의 균열을 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제거가 바이든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간 긴장도를 심화시키고 그간 미국이 막으려 했던 중동 지역에서의 확전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제시한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 간 불협화음이 커진 상태에서 이번 일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내 반감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은 채 나스랄라가 살해된 데 대해 "정의의 조치"(measure of justice)라고 이스라엘을 '엄호'했지만, 미 당국자들은 부글부글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행정부를 패싱하고 나스랄라를 살해한 것이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우려고 한 것이 아니느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이런 추측이 나온다는 것은 지난 몇 달간 미국과 이스라엘 간 깊어진 불신과 의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