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상승보다는 ‘끈기·냉정함’ 비결
▶ 은퇴 연금 준비 시기 최대한 앞당겨
▶ 고용주 매칭 프로그램 적극 활용해야
▶ 세전 소득 15% 목표로 납입액 설정
뉴욕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주가 상승 소식에 활짝 웃고 있다. 주식 시장 호조로 연금 계좌 잔고가 두둑해진 연금 투자자가 많다. 이들에게는 연금 계좌 납입액을 최대한 늘리고 주식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납입을 이어가는 공통점이 있다. [로이터]
주택 시장 반등 영향으로 기록적인 숫자의 은퇴 연금 가입자가 ‘은퇴 연금 백만장자 클럽’에 가입했다. 전국 최대 규모 직장 은퇴 자금 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01(k) 잔액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한 49만 7,000명으로 자체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개인형 퇴직 연금인 IRA 가입자 중에서도 잔액 100만 달러가 넘는 가입자가 39만 8,594명의 전 분기의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은퇴 연금 가입자의 잔액도 두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401(k) 가입자의 중간 잔액은 약 160만 달러, IRA 가입자의 평균 잔액은 약 18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은퇴를 앞둔 X세대(1965 ~1980년 출생)의 잔액이 큰 폭으로 늘어 이들의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보장했다. X세대 401(k) 가입자 중 15년간 연금을 부어 온 가입자의 평균 잔액은 작년 2분기보다 약 18% 증가한 55만 4,000달러로 불었다.
이번 조사는 피델리티 인벤스먼트가 약 4,800만 명에 달하는 401(k), 403(b), IRA 연금 가입자의 잔액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 분기 은퇴 연금 백만장자가 기록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주식 시장 지속적인 상승세 덕택도 있지만 이보다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차분함이 작용한 결과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릴 정도의 대규모 폭락 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 은퇴 연금 백만장자들은 자금을 서둘러 인출하는 등의 조급함 대신 차분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주식 시장은 끈기 있게 지켜본 결과 백만장자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약 2년 전인 2022년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공급망 대란이 발생했을 당시 주식 시장이 침체가 우려될 정도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이때 수만 명이 넘는 은퇴 연금 가입자가 백만장자 클럽에서 제외되는 일이 있었다.
2020년에 백만장자 클럽에 가입했다는 한 가입자도 이때 다시 탈퇴 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가입자는 “실망이 컸지만 겁먹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다른 투자자들처럼 당황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믿고 시장을 냉철하게 분석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은퇴 연금 백만장자 클럽 가입이 꿈인 가입자들이 새겨들으면 좋은 경험이자 조언이다. 은퇴 연금 백만장자 중에는 장기 가입자가 많은 데 이들의 투자 성향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지난달 5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00포인트 넘게 급락했을 때 공화당 측에서는 경쟁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비난 수위를 높였고 보수 성향 투자자들은 이 같은 비난을 소셜미디어상에 퍼 날랐다. 주가지수가 한 달 전 하락을 모두 회복하고 다시 상승 곡선을 이어가는 지금 해리스 후보의 성과를 칭찬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퇴 연금 장기 가입자는 장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웬만한 하락장을 버틸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 주식 시장은 등락을 거듭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특히 주가 변동을 정치인과 연관 짓지 않는 것이 은퇴 연금 백만장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만약 주식 시장 변동에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투자 성향을 지녔다면 ‘타겟 데이트 펀드’(TDF) 가입이 권유된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연금 상품이다. TDF는 은퇴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낮아지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의 나이가 젊을 때는 수익률은 높지만, 변동성이 높은 주식 비중이 높지만 나이가 많아져 은퇴 시기에 가까워지면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위험이 낮은 채권 비중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손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며 은퇴 자금을 인출해도 계좌 잔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은 풍요로운 은퇴 생활 보장을 위해 연금을 최대한 불리는 요령이다.
▶가능하면 빨리 은퇴 연금 준비를 시작한다. 은퇴 연금으로 10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해서 100만 달러의 연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401(k) 백만장자 중 대부분은 30년 넘게 은퇴 연금을 부어 온 장기 가입자들이다.
▶고용주 매칭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직장 은퇴 연금 가입자 10명 중 8명이 고용주 매칭 또는 이익 공유 등의 형태로 회사로부터 은퇴 연금 기여금을 제공받는다. 가장 보편적인 고용주 매치 방식은 달러 대 달러 방식이다. 월급의 최대 3%까지는 직원의 납입액과 동일한 금액을 고용주가 납입하고 이후 2%까지는 직원 납입액 달러당 50센트씩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연간 세전 소득의 최소 15%를 은퇴 연금에 납입하도록 조언한다. 이는 고용주 매칭 금액을 포함한 금액이다. 올해 1분기 401(k) 백만장자의 납입 비율은 17%로 전체 가입자 평균 비율인 14.2%를 웃돌았다.
▶고용주 매칭 ‘자동 인상’(Automatic Increase) 프로그램에 가입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고용주는 매년 일정 비율로 매칭액을 인상하게 되고 이를 통해 연간 15% 납입액 목표를 빨리 달성할 수 있다. 만약 납입액 인상으로 생활비 등에 지장이 발생하면 연간 인상 비율을 조정하거나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된다.
▶소득이나 연봉이 증가할 때마다 납입액을 최대한 늘린다. 2024년 IRA 연간 납입액 한도는 지난해 6,500달러에서 7,000달러로 인상됐다. 50세 이상 가입자는 1,000달러를 추가로 불입할 수 있다. 401(k) 올해 연간 한도액 역시 지난해 2만 2,500달러에서 2만 3,000달러로 상향 조정됐고 50세 이상 가입자의 경우 연간 7,500달러를 추가 불입할 수 있다. 401(k), 403(b), 대부분 457 플랜 및 연방 정부의 ‘Thrift Savings Plan’ 50세 이상 가입자는 올해 최대 3만 500달러까지 납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