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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그 광기의 역사

2024-08-02 (금)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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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암살(暗殺)된 이는 기원전 2333년 이집트 파라오 데티다. ‘호위병에게 암살당했다’고 기원전 300년, 한 역사학자의 문헌에 기록되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왕조시대 황제, 군주, 현대의 대통령까지 항상 암살의 위협에 시달려오고 있다.

고대중국의 왕조에서는 약 180여 명의 황제가 암살당했다. 중국 황제는 항상 독살에 대비하여 독을 감시하는 자, 기미상궁이 음식을 점검했다. 북경 자금성 안에는 암살자가 숨을 수 있다 하여 큰 나무도 심지 않았다.

12세기에서 19세기까지 일본의 무사정권 막부의 중심인물 쇼군이 자는 방을 미닫이문, 나무로 된 나무로 에워싼 것은 암살자의 습격에 대비, ‘소리 방어’를 위해서라고 한다.


암살자를 뜻하는 어쌔신(Assassin)은 아랍어 ‘하시신(hashishin)’에서 유래했고 하시신이란 마약인 하시시를 먹는 사람을 이른다. 11세기말 페르시아의 하산 사브라가 비밀 결사대를 조직하여 이들에게 하시시를 주어 중요인물을 암살하라고 지시했다.

암살 동기로는 정적 제거, 국가안보 위협 인물, 종교적 갈등,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사상 신념 차이, 혁명이나 쿠데타 목적으로 인한 판단오류, 이해관계, 개인의 복수 등으로 다양하다.

비밀결사대, 비밀리에 운영되어온 조직, 개인 등이 암살자로 나선다. 몰래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취하는 방법이다. 암살자들은 암살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정치적, 사회적 효과를 얻는 수단이라고 한다.

어떤 인물이 암살되면 세계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한 방의 총성이 세계 제1차대전을 일으켰다. 1914년 7월28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부부가 보스니아 사라예보를 방문하여 퍼레이드 중 총에 맞았다. 보스니아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서 벗어나 통일독립국가를 염원하는 민족주의자 청년에 의해서다.

한국도 암살의 역사가 깊다.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지나서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의 역사는 참으로 난해했다. 일제시대에는 한마음으로 조선 독립을 위해 싸워온 독립운동가 및 사회적 지도자들이 과도한 정치이념으로 죽고 죽이는 일이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통일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1945년 송진우, 1947년 여운형과 장덕수, 1949년에는 백범 김구가 암살당했다. 통일을 위해서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날만 새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죽이니 오죽하면 당시 미군정 하지 준장이 “좌익은 우익을 죽이고 우익은 좌익을 죽이니, 이 나라에 남을 사람이 없네.” 하며 “동족끼리 분열하지 말고 좋은 정부를 만들라”고 호소했었다.

미국만 해도 4명의 현직 대통령이 암살자에게 목숨을 잃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16대 대통령은 1865년 남부 부활을 꿈꾸는 극단주의자에 의해, 1881년 제임스 가필드 제20대 대통령은 종교적 극단주의자이자 과대망상자에 의해 암살당했다. 1901년 윌리엄 매킨리 25대 대통령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 전달을 위한 암살자에 의해, 1963년에는 존 F. 케네디 제35대 대통령이 암살당했으나 그 배후가 묻혀버렸다.


지난 7월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니아 버틀리에서 연설 도중에 저격을 당해 귀끝을 스치는 부상을 당했다. 암살이 미수에 그친 20살의 토마스 매튜 크룩스의 별다른 암살 동기를 못찾았다고 한다. 특정이념이나 종교적 정치적 동기가 아닌 외톨이 공격자로 알려진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사람을 죽이는 암살, 그 광기의 역사는 잊을만 하면 정체를 노출시킨다. 암살도구도 발전하여 칼, 총, 독약, 폭발물 최근에는 사이버 암살도 있다. 해킹이나 기타 전자적 방법으로 대상을 괴롭히고 죽게 만든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극심한 진영 대립이 암살을 부른다. 여기에 음모론이 가세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 지는 예측불허이다. 그 전에 대화와 법의 규칙으로 갈등을 해결하면 다행이다.

미국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나라이다. 암살은 치졸한 방법이다, 그러니 유권자에게 맡겨야 한다. 대다수 의견을 존중하는 공정함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다.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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