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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99.9%의 이면

2024-07-26 (금) 김회경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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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형사재판의 유죄율이 99.9%라고 한다. 일본 검찰이 확실하게 유죄로 판정받을 수 있는 사건만 기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면서 구속 기간마저 쉽게 연장할 수 있는 일본 형사재판의 후진적 관행이 숨겨져 있다.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99.9%라는 유죄율이 억울하게 기소된 0.1%의 존재마저 잊게 만드는 비정상적 현실을 조명해 주목받았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도 압도적 숫자가 등장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0일 전당대회에서 조국 의원을 99.9% 찬성률로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단독 입후보한 탓에 찬반 투표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전대에선 20일(제주·인천), 21일(강원·대구·경북) 진행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9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 후보가 2022년 8월 전대에서 세운 역대 최고 득표율(77.7%)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공산당 투표를 보는 것 같다”는 힐난이 쏟아졌고, 민주당에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굳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의 선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강성 팬덤을 활용한 특정 정치인의 독주가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중요한 건 득표율이 아니다. 0.1%의 의견이 99.9% 의견보다 올바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국혁신당은 강성 지지층이 바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만 외치기보다 지속가능한 정당으로의 변모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의석수를 앞세워 탄핵 명분을 쌓고 있는 민주당도 민생부터 챙기는 수권정당임을 입증하는 게 급선무다. 2012년 8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대에서 박근혜 후보는 83.9%의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집권 후 당내 소수의 건전한 비판마저 외면했던 박근혜 정부의 말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회경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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