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

2024-07-24 (수)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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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탈북청년들 워싱턴서 24~30일 행사

▶ 이현승<북한청년리더총회 의장>

“북한의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

이현승 의장(39)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간부였던 아버지 리정호씨와 함께 2014년 탈북했다. 한국을 거쳐 2016년 미국에 왔으며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을 ‘북한 상위 1% 엘리트’라고 소개했다. 북한에서 평양외국어학원,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하고 중국 동북재경대에서 유학했으며 무역관련 일을 하다 탈북했다. 올해 컬럼비아대 공공행정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으로 지난해 ‘북한청년리더총회’를 조직해 의장을 맡고 있다.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탈북해 전혀 다른 체제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탈북청년들은 미주 한인 2세들과 마찬가지로 1세들과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매우 독특한, 서로 다른 체제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북한 출신이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한 만큼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24~30일 일주일간 ‘북한청년리더총회’(North Korean Young Leaders Assembly, 의장 이현승·사진)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과 미국에서 10명의 탈북청년들이 참가하며 24일 백악관을 방문을 시작으로 국무부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면담, 브루킹스연구소 간담회, 허드슨연구소 토론회를 비롯해 연방의회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브리핑도 하고 27일에는 한국전참전용사공원에서 열리는 정전협정 기념식에도 참석한다. 이어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서재필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29~30일에는 뉴욕에서 미국유엔대사와 면담하고 한국유엔대표부 간담회, 컬럼비아대 리더십 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 면담, 웨스트포인트 방문 등이 예정돼 있다. 총회를 조직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이현승 의장이 지난 20일 본보를 방문해 행사의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북한청년리더총회’는 무엇인가?


▲젊은 탈북민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만든 독립적인 연례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목표는 미국 정부와 정책연구소, 국제기구 등과 접촉해 다양한 국제적 관점을 키우고 이를 통해 젊은 탈북민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기존의 탈북민에 대한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 탈북청년 리더들이 제시하는 한반도의 미래, 대북정책의 방향 등을 조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행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나?

▲가장 나이가 많은 제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여동생 이서현(컬럼비아대)을 비롯해 김금혁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정책자문,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유학 온 안성혁(시라큐스대)·장은숙(브랜다이스대), IT 전문가 해리 김·이신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부시재단 장학생 대니 리, 남정연 기자, 정소연 CEO 등 최소 석사학위 이상, 차세대 리더로서 손색이 없는 탈북청년들이 참가한다.

-전혀 다른 체제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 혼란은 없었나?

▲어린 나이에 북한을 떠난 우리들은 서로 다른 체제에서 성장하면서도 다른 선입견 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남과 북의 차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더라도 탈북민들에게는 그리운 고향이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추억이 있고 함께 놀던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북한에 있는 친구들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탈북청년들이 모이게 됐다.

-함께 모여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탈북자들의 증언은 대부분 북한에서 겪은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 지도자들은 북한에서 겪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북한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의 다른 청년들처럼 각 분야에 진출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북한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각자의 경험과 관점도 공유하고자 한다. 언젠가 이루어질 통일을 준비하며 자유롭게 해방된 북한과 국제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유엔을 방문했을 때 황준국 대사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탈북청년들이 영어로 한반도의 미래를 제안하는 모습에서 북한의 변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눈물로 끝나는 순간의 감동이 아닌 북한을 변화시키는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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