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흔들리는 갈대

2024-06-29 (토) 유영옥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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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유난히 마음이 심란할 때가 있다. 깨달음의 기쁨이나 오락의 즐거움이나 어떤 활동으로 정신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이 일 저 일로 마음이 쓰일 때가 있어서 가만히 내버려두면 ‘마음이란 놈’이 말 그대로 마음대로 나댄다. 언제나 같은 일상, 바꿀 수도 없는 현실에 대해 쓸데없는 근심 걱정을 하고 있다. 때로는 쓸모 있는 걱정일지라도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도 문제인 것 같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사람은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생각하며 살아간다. 살다보면 평온할 때도 즐거울 때도 있어 바람에 춤추듯 흔들릴 때도 있고 염려와 불안의 바람에 흔들릴 때도 있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는 깊은 바다 위의 파도와 같다”라고 했다. 거대하고 깊은 생명인 바다의 일부분인 파도 같은 우리가 흔들리는 상태는 삶의 자연스러운 본질이라는 이해가 된다. 파스칼의 표현이나 틱낫한 스님의 표현은 인간은 흔들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이 항상 안정적으로 고요히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괴테는 “사람은 지향이 있는 한 흔들린다”고 했다. 지향의 의미는 스스로 세운 뜻과 목표와 꿈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꿈을 갖고 목표를 세우라고 말들을 한다. 그 지향의 과정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므로 즐거운 환상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계획대로 뜻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사람은 흔들린다. ‘인내심과 노력과 능력이 부족한가?’하며 회의한다. 잘 진행되었다고 해도 그 노력이 언제 좋은 결과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므로 불안과 염려에 휩싸일 수도 있다.

노자는 말하기를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고 했다. 우리가 흔들리고 생각하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회의하기도 하고 염려하기도 하는 것은 노자의 말처럼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때로 어려운 생각이나 처지에 있을 때, 노자의 말을 생각하고 살아있음을 기뻐하자.

<유영옥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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