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케이윌(K.will)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금 음악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인 흐름상 '어쩌면 피지컬로 낼 수 있는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약 6년 만에 신보로 돌아온 가수 케이윌(K.will)이 급변하는 K팝 시장 속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해 데뷔 17주년을 맞이한 것은 물론, 그간 수많은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은 케이윌이기에 '믿고 듣는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있음에도 그는 '앨범을 왜 발매해야 하는가'라는 원초적인 궁금증을 떠올렸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지난 20일(한국시간) 발매한 일곱 번째 미니앨범 '올 더 웨이(All The Way)'다. 그동안의 고민을 보여주는 흔적과 정성이 묵직한 울림으로 완성된 이번 신보에서 케이윌은 '나'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했다. 또한 그는 인간이 관계를 형성하는 그 과정의 설렘, 슬픔, 기대 등을 단계적으로 그려내며 모두의 감정을 관통했다.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는 과장되지 않은 솔직함과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케이윌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윤상이 프로듀싱하고 김이나가 가사를 썼다. 케이윌 표 이별 노래로 돌아온 그는 한층 더 담백해진 음색과 슬픈 감정을 전달하며 리스너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 6년 만에 돌아온 '보컬의 신'..팬데믹 직격탄 맞은 공연장에 '충격'
케이윌은 가장 먼저 새 앨범 발매까지 약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준비 과정이 길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 앨범을 많이 내기 어려운 시대지 않나. '앨범을 발표하는 게 맞나?', '새 앨범을 왜 내야 하나'라는 고민의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결국 앨범이 나올 수 있게 돼서 긴장감과 설렘이 있지만 나에게도 '큰 숙제를 해결했다'는 마음이 들어서 나름의 개운함과 뿌듯함을 가지고 있다"라며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이어 케이윌은 본인의 말처럼 피지컬 앨범을 발매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컴백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일단 회사에서 권유를 많이 했다. '팬들도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컴백을 한다면 싱글 보다는 피지컬 앨범이 낫지 않느냐'라고 했다. 사실 가수 입장에서 회사가 먼저 제안한다는 게 감사한 일이지 않나. 난 재밌게 싱글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난 왜 앨범을 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 음악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인 흐름상 '어쩌면 피지컬로 낼 수 있는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를 조금 더 많이 담아서 많은 분들께 좋은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케이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공연 업계에서 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투어를 하고 있을 때 팬데믹이 왔었다. 지방 투어를 하는데 2일차에 집합 금지 문제가 커졌다. 당장은 공연이 가능해서 '그냥 하자'고 했지만,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관객분들이 자리를 꽉 채워주셔서 신나게 했다. 이후 방심하고 2일차 공연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갔는데 절반이 비어있었다. 그걸 봤는데 놀랐던 것 같다. 텐션이 조금 떨어진 것 같고 공연이 끝났는데 너무 아쉬웠다. '다음주에도 제발 공연했으면 좋겠다', '제발 한두 명만 있어도 열정적으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투어들이 다 취소된 거다. 그게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앞으로 공연을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게 2020년을 보내게 됐는데 그 다음에 '만약 내가 지금까지 하던 걸 못하게 되면, 나에게 당연한 거였는데 이제 못하게 됐으니까 나는 이제 불행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힘들었죠.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았어요. 나중에는 그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힘들어서 멘탈이 바닥까지 갔었어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내 노래를 좋아해주고, 나의 재주를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을 받았고, 이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를 걱정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받은 사랑이 감사하다고 생각하니까 이후 희망을 보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케이윌은 취재진들이 실제로 이번 앨범이 피지컬로 발매되는 마지막 앨범인지 재차 물어보자 "마지막 앨범일 수 있다는 게 물론 나의 이야기지만 절대 슬픈 이야기가 아니고 나에게 동기부여가 됐다는 이야기다"라고 전했다.
◆ 서인국♥안재현 '월드 게이' 만든 MV 2탄 만든 이유
앞서 서인국과 안재현은 지난 2012년 발매된 케이윌의 정규 3집 타이틀곡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를 통해 러브라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스토리상 서인국은 안재현의 예비 신부를 짝사랑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안재현을 짝사랑하는 반전 결말로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특히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는 이같은 충격 반전 스토리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결국 서인국과 안재현은 '월드 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에 12년 만에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뮤직비디오를 통해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이 이번에는 어떤 색다른 케미를 자아낼지가 관전 포인트.
모두가 기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케이윌은 이번에도 충격 반전을 선택했다. 한 장례식장과 각자의 일터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거나 술을 마시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중반부에 접어들자 서인국의 영정 사진이 등장, 서인국이 사망했음을 알렸다. 이전에 있었던 두 사람의 화기애애했던 장면들이 서인국이 사망한 후 서인국을 그리워하는 안재현의 상상이었던 건지, 아니면 안재현이 생전 서인국을 회상한 건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열린 결말이 됐다.
케이윌은 약 12년 만에 뮤직비디오 후속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 "이 곡이 마이너풍의 곡이지 않나. 뮤직비디오가 있는 내 타이틀곡 중 확실하게 마이너풍인 노래가 '이러지마 제발'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윤상표 마이너 곡에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 속편을 찍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그는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됐고 반전의 내용도 있기 때문에 재밌지 않나. 뮤직비디오 2편이 나온다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고 10년 만에 나오는 건 전무후무하지 않나. '아주 재밌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전작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받은 덕분에 속편에 부담감이 있었다. 프리퀄을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다음 이야기를 담는 게 재밌겠다 싶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해봤다"라며 전작의 흥행에 따른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서인국과 안재현의 반응은 어땠을까. 케이윌은 "서인국 유튜브 채널에 나갔었다. 어느 날 안재현이 전화 와서 '형 잘 지내냐. 인국이 유튜브 시작했는데 같이 나가실래요?'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통화 중에 '이 멤버로 다시 뮤직비디오를 찍어봐도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진행해볼까?'라고 했는데 재현이도 '너무 좋다' 하고 인국이도 '재밌겠는데요?' 하더라. 이후 회사와 함께 진행하게 됐다"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 "연습실 하나 정도는"..'스타쉽 1호 가수' 케이윌의 자신감
케이윌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최근 재계약을 했다. 그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로 양측은 2007년 이후 현재 17년째 동행하고 있다. 케이윌은 재계약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서 "회사가 성장하고 나도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순간 문득문득 울컥한다. '많이 커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표님은 물론,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스태프들을 마주 보고 있으면 '열심히 해왔다'라는 생각과 함께 서로 같이 걸어온 시간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윌은 처음 재계약을 한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대표님이 나에게 '우리가 너한테 재계약을 제안할 수 있게끔 잘 성장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주셨다. 속으로 '이 양반이 뭐가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대표의 폼을 세워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재계약을 처음 시작하게 됐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온 거다"라며 애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하진 않았다고. 케이윌은 "좋은 흐름도,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어떤 아티스트도 회사에 100% 만족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첫 재계약을 했을 때도 회사와 같이 일한 지 10년이 된 시간이었다. 나도 나를 쏟았고 회사도 쏟았다고 생각하니까 그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함께 이 시간을 보내왔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계속 이어가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개국 공신으로서 케이윌은 사옥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연습생과 아티스트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까 여기저기 연습실이 많다. 연습실 하나 정도는 내가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어쩄든 우리 회사가 처음 시작할 땐 (회의실 하나 정도로) 정말 작았다. 오피스 건물에 반의반을 썼다. 그 반의반을 쪼개서 연습실이 있었다. 그게 점점 커지게 된 거다. 나중에 큰 연습실을 봤을 때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으니까 지금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