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오랫동안 고혈당에 노출돼 신경이 손상되고 말초신경 장애가 생긴 것이다. 손발에 장갑을 끼거나 스타킹을 착용한 듯이 저린 느낌이 나타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고혈당·이상지질혈증·흡연·고혈압·비만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혈당을 잘 조절하면 호전될 수 있지만 고혈당이 유지되면 무감각해지고 발을 절단하는 ‘당뇨발’이 될 위험이 3배나 높아진다. ‘당뇨병 전문가’ 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났다. 오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합병증이자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에 위험 인자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란.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손발 감각이 무뎌지고 저린 느낌이 자주 드는 등 말초신경에 장애가 생기는 가장 흔하고 무서운 당뇨병 합병증이다. 크게 말초신경병증과 자율신경병증으로 나뉜다. 말초신경병증은 저림, 찌르는 느낌, 무감각, 통증 극대화, 고·저온 구별 불가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반면 자율신경병증은 기립성 저혈압, 배뇨 이상, 성 기능 장애, 땀 분비 이상 등이 생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관련 진단명과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사용하는 약 처방을 기준으로 당뇨병 환자 중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병률을 20.8%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2형 당뇨병 코호트 연구에서는 27.8%로 조사됐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주의해야 하는 까닭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통증을 동반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우울증·수면 장애 외에 직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발병 원인을 들자면.
고혈당에 오래 노출된 당뇨병 환자가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2형 당뇨병 환자 중 혈당 조절과 관계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혈관 합병증이기에 심혈관계 위험 인자가 많다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다. 이 밖에 산화 스트레스, 당화 산물 축적, 삼투 손상도 위험 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잘 조절하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고, 2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외에도 다양한 위험 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가 해당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외부 자극에 노출돼 족부를 절단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따라서 다른 미세 혈관 합병증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기에 조기 발견해 관리·치료해야 한다.
대표적인 진단법은 미국 미시간대학이 개발한 ‘신경 장애 검사법(Michigan Neuropathy Screening Instrument·MNSI)’이다. 먼저 환자에게 15가지 관련 증상이 있는지 문진한다. 말초신경병증이 의심되면 작은 신경계와 큰 신경계로 구성된 말초신경계를 확인한다. 작은 신경계는 핀 찌르기나 온도 감각 검사를 하며, 큰 신경계는 진동 감각 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목표로 하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당뇨병처럼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장 큰 위험 인자는 혈당이다. 혈당은 높지 않은데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걸린 당뇨병 환자가 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대사 산물 축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에 혈당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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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