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류’ 잡고 상고심 가는 최태원, 주요 쟁점은
▶ 최 “2.8억 증여”…법원 “혼화된 것”
▶단순메모 근거로 300억 유입 결론
▶❷ 태평양증권 인수자금 출처 공방
▶❸한국이통 M&A 당시 ‘6공 후광’
▶❹그룹성장에 ‘노소영 기여’ 시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부상할 쟁점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에서 SK㈜ 주식이 부부 공동재산으로 포함된 핵심 배경인 ‘노태우의 유무형 도움’의 실체에 대해 치열한 법리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①’고무줄 잣대’ 돈의 꼬리표=최 회장의 이혼소송이 SK그룹의 문제로 비화된 발단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이다. 1995년 비자금 수사 때도 찾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의 존재를 재판부가 인정하면서 SK는 불법 비자금으로 큰 그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은 “단순히 메모지에 있는 비자금 내역은 1995년 수사 당시에도 전혀 거론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300억 원이 있다면 이 돈이 SK로 유입된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를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혼소송 재산 분할의 핵심이 된 대한텔레콤(현 SK C&C→SK㈜) 인수에서도 재판부의 모호한 돈의 꼬리표는 쟁점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 8000만 원으로 대한텔레콤을 인수했다면서 당시 이체 내역과 증여확인서, 상속세신고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994년 5월 최 선대회장이 돈을 인출한 후 그해 10월 최 회장의 계좌에 입금하기까지 5개월 차이가 있고 △2억 8690만 원(5월)이던 것이 10월에는 2억 8697만 950원으로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돈이 섞여 있는 혼화(混和)의 개념도 꺼냈다. 대한텔레콤 인수 자금인 2억 8000만 원에 최 회장이 증여받은 돈이 여러 돈과 섞여 있어 최 회장의 실질적인 특유재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이로 인해 SK㈜의 주식이 부부 공동재산으로 포함됐고 1조 4000억 원가량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 판정의 근거가 됐다.
②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출처=재판부가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처음으로 활용됐다고 본 태평양증권 인수전의 진실 공방도 상고의 핵심 쟁점이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께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적인 지원을 했고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에 유입됐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태평양증권 인수 시점이 1991년 12월이고 노소영 관장이 증거로 제시한 어음은 1992년 12월에 발행됐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최 회장 측은 특히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은 계열사를 통해 마련했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계열사 비자금 활용이라는 치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피고와 원고 측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에 서운함이 있다”며 “30년 전 만들어진 (비자금의) 증거를 내라고 하는 것은 입증에 애로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③한국이동통신, 6공 기여?=노태우 정부가 사업 성장에 도움을 줬다는 재판부의 ‘무형의 기여’ 판단 부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이동통신 인수 특혜 의혹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 만든 이동통신 장비 사업자의 통신서비스업 겸업 금지가 SK를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SK그룹은 “당시 경쟁자보다 주당 15만 원 더 높은 가격에 입찰에 들어갔다”며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5공·6공을 지난 후 5공·6공을 칭찬하고 정부의 일원이었던 점이 그 다음 정부에서 어떤 뒷배가 되고 큰 힘이 됐던 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④2024년으로 늘어난 노소영 기여도=SK가 재산 분할의 핵심이 된 SK C&C 주식 상승 기여도에 대한 수치적 오류를 잡은 데 이어 이번에는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언제까지로 볼 것인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존 항소심 판결문은 1994년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부터 2009년 SK C&C로 이름을 바꿔 상장하는 시점까지를 대상으로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상승 비율의 기여분을 비교했다. 이에 따라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 최 회장의 기여도는 35.6배로 분석됐다.
재판부도 이를 인정해 오류를 정정했지만 이날 설명 자료를 통해 최 회장의 기여 기간을 2024년 4월까지 26년간으로 늘리면서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를 160배와 125배로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 관계는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설시한 바 있는데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며 “기여도가 160배로 변경됐음에도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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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