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견제 효과 기대
▶실제 건설·유지가 성패
▶ 실제 건설·유지가 성패
▶연구·장비도 지원 지적
미 반도체법의 최대 수혜자인 인텔은 최대 85억달러를 지원받는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이달 대만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로이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양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보조금 지급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효과도 일부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공장 건설을 위한 한시적 대규모 자금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은 자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한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이 정책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쟁국의 빠른 성장,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정치적 복잡성, 급증하는 반도체 제조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보조금은 주로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밝힌 인텔 등 대기업에 분배됐다. 반도체 공급망의 다른 중요 부문을 담당하는 기업 일부는 누락됐다. 동시에 한국, 대만, 일본, 중국, 유럽 국가들도 자국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연방정부 반도체 프로그램으로 2032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0년 12%에서 2032년 약 14%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쟁국의 투자 강화에 따른 것으로, 반도체 생산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심화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방정부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인텔로, 최대 85억달러가 돌아간다.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미국의 마이크론에도 각각 60억달러 이상 할당됐다. 모두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인 곳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공장 건설 계획이 완전히 이행될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반도체법 성공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WSJ은 보도했다. 또 TSMC와 삼성은 각각 본국인 대만, 한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지할 것으로 유지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투자자 중에선 반도체 기업의 신규 공장 건설 비용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업계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25억달러를 투자한 후 경영진에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신규 제조 비용 지출을 늦출 것을 요청했다. TI는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 혜택이 예상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누락된 기업들도 있다. 미 반도체 제조기업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는 2022년 인디애나주에 18억달러 규모의 연구·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최근 이를 취소했다. 구체적인 배경은 알리지 않았으나,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누락된 영향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도 40억달러를 들여 건립할 예정이었던 연구센터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 짓거나 미국 밖에서 지을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반도체 공장 제조 비용이 워낙 큰 탓에 보조금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일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지으려면 200억달러 이상의 거액이 들어간다. 현재 건설을 계획 중이더라도 이들 공장은 2020년대 후반까지는 가동이 되지도 않는다. 역대급 돈을 들여도 그 자체로는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추가 보조금이 없다면 반도체 제조 장비 구매를 위한 세금 감면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공급망과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 중에 이 프로그램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메커니즘은 세제혜택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법에는 이미 장비 구매에 25% 세금 공제 혜택이 포함돼 있지만 2026년이면 만료된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연장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