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 그로서리 점을 아침에 들렀는데 떡집에서 방금 만들어 온 따끈따끈, 말랑말랑해 보이는 떡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는 요즘은 당뇨병이 생겨 떡을 먹고 싶어도 많이 못 먹고, 어쩌다 망설이면서 조심조심 하나씩 먹는 신세가 되었다. 세상에 그리 좋아하는 떡을 마음껏 먹지 못하다니. 이런 불공평이 정말 어디 있나?
문득 오래 전 들은 떡대감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래 전 한양에 떡을 아주 좋아하는 한 대감이 살았는데, 대감 자리는 어쩌다 굴러온 자리로, 착하기는 해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떡을 먹는 일 뿐이었다. 마침 그 때 큰 나라에 조공을 바치러 갈 사신을 뽑게 되었다. 많은 대신들이 갔다가 망신만 당한 전례가 있어 모두 숨기에 바빴다. 결국 멍청한 떡대감을 보내면 되겠다고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그는 아예 사신이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고생 끝에 그 큰 나라에 도착하니 곧 바로 회담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말을 하지 않고 종이와 붓을 가져오라 하더니 종이에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다.
떡 먹는 일에는 자신이 있는 떡 대감은 그것을 보는 순간 “옳지, 네가 빵떡을 좋아한단 말이지.” 붓을 든 떡 대감은 속으로 자기는 시루떡을 먹겠다는 뜻으로 네모를 큼직하게 그렸다.
그것을 보고 그 나라 대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더니 두번째 대화가 시작되었다.
대신은 손가락 세 개를 척 펴서 떡대감 앞에 내밀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너는 빵떡 세 개를 먹을 수 있단 말이지”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는 손가락 다섯 개를 흔들며 속으로 “나는 시루떡 다섯조각은 먹을 수 있다”면서 팔짱을 끼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하, 네가 떡을 다 먹었단 말이지. 그래서 그는 응답으로 턱수염을 두어 번 쓸어내렸다. 그 대신은 매우 만족한듯 자기네 황제에게 이제까지 만난 사신들 중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다 한다.
“외국 사신의 도량을 떠보려 제가 세가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우선 하늘은 둥글다고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땅은 모가 나다며 네모 그림을 그렸지요.”
그래서 그는 속으로 제법이다를 외치며,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삼강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더니 그는 다섯째 손가락을 펴며 오륜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다.
“다음은 우리 나라에서는 백성을 별로 간섭하지 않고 다스린다는 뜻으로 팔짱을 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입을 점잖게 쓸어내리며 자기네는 침묵으로 백성을 다스린다 했습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말은 역시 말을 하는 사람에 못지않게 듣는 사람이 옳게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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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수필가,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