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누르고 최대 흑자국 된 美… “자동차·컴퓨터 관계사간 거래 비중 70∼80%”
▶ “美, 한국의 무역흑자 이유로 무역장벽 높인다면 경제협력에 도움 안돼”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한창인 가운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도 '투자유발형 거래'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무역통상 업계 안팎에서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이 늘어난 대(對)한국 적자를 고려해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는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업종의 대미 투자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8일(한국시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과 수지, 수출 비중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갱신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17년 686억달러에서 지난해 1천157억원으로 68.7% 증가했다.
한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2.0%에서 18.3%로 급격히 상승했다. 올해 1∼3월에는 18.9%에 달해 전통적인 수출 1위국이었던 중국(18.8%)을 앞질렀다.
대미 무역흑자도 2019년 115억달러에서 지난해 444억달러로 뛰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22년 처음으로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순위에서 9위에 들었고, 지난해에는 8위로 한 단계 올랐다.
한국의 대미 수출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으로의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관계사 간 거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관세법에서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관계사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에 필요한 설비 건설용 장비를 판매하고,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 수출 등을 늘리면서 '투자유발형' 관계사 간 거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이뤄진 미국의 대한국 수입 중 약 60%가 관계사 간 거래로 집계됐다.
무협에 따르면 미국의 대한국 수입 중 관계사 간 거래 비중은 2015년 62.6%, 2016년 63.6%, 2017년 60.9%, 2018년 60.0%, 2019년 60.2%, 2020년 60.9%, 2021년 59.5%, 2022년 58.9% 등으로 꾸준히 6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자동차 등 미국이 자국 내 공급망 진지를 구축 중인 분야에서 관계사 간 거래 비중이 특히 높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통과시킨 2022년 미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일반기계, 컴퓨터·전자기기, 가전·전자부품, 수송기기, 전산업 등 제조업에서 전년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등 수송기기 제조업과 컴퓨터·전자기기 제조업 등 한국의 주력 업종에서는 관계사 간 거래 비중이 각각 82.1%, 71.8%로 가전·전자부품 제조업(51.1%), 일반기계 제조업(37.7%)보다 특히 높았다.
수송기기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2022년 315억달러로 전년(261억달러)보다 20.7% 증가했다.
컴퓨터·전자기기 제조업에서도 미국의 대한국 수입액이 2022년 225억달러로 전년(216억달러)보다 4.16% 늘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이 같은 대미 무역흑자의 성격에 대해서도 환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 주력업종의 대미 투자 확대로 한미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 펼쳐지고 있다"며 "투자유발형 수출 증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무역흑자를 이유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양국의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