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리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2024-04-10 (수) 08:04:18 유제원 기자
크게 작게

▶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 박기석 부목사

▶ 라티노 도시 빈민 섬기며 성령 체험

“거리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거리에서 절박한 눈빛으로 일거리를 찾는 라티노 노동자를 보게 됐습니다.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절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빵이라도 전해줄 수는 없을까 기도했고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그들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빵을 전해주며 손을 잡고 기도했고 그때 비로소 목회자로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3월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의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담임목사 이성자)에 부목사로 부임한 박기석 목사(사진)는 선교팀과 함께 주 3회 라티노 거리선교에 나선다. 스프링필드 세븐일레븐과 애난데일 세이프웨이 등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그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며 함께 기도하고 있다.

또한 주일 오후에는 그들을 교회로 초대해 스페인어 예배를 드리면서 하루라도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인교회가 라티노 빈민들에게 문을 열고 그들과 함께 매주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의 일부 대형교회들도 가난한 이들이 교회로 찾아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해 문을 걸어 잠그고 쫓아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거리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라고 고백한 박 목사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학창시절 문제아로 취급받았던 그는 교회에 나가면 용돈을 주겠다는 누나의 꼬임에 넘어가 용돈을 벌기 위해 교회에 나갔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다른 이들을 전도하는 목사가 됐다.
박 목사는 “모두가 문제아라고 손가락질할 때 예수님은 나를 진짜 사랑하신다는 음성을 듣게 됐다”며 “그렇게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성악을 전공한 나는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매주 1천명 이상 모이는 전도 집회도 진행하면서 신앙을 키워갔다”고 말했다.

행사 진행자로서의 재능을 발견한 그는 “당시 기획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만큼 지역에서 유명한 MC로 이름을 알리게 돼 한때 연예인이 되고자 했으나 ‘사람의 기쁨을 위해 살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 살 것인가’를 눈물로 기도하던 가운데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목회자의 길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2017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친구의 권유로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성령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복음동산교회에 청빙돼 6년을 섬겼다. 애틀랜타에 살면서 라티노 거리 노동자를 만나게 된 그는 “라티노 선교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성장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를 포기하고 대신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에 부목사로 부임해 라티노 선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가 부임하고 어느덧 1년 넘게 라티노 선교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선교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계신 이성자 목사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주 3회 거리 사역에 나서고 라티노 신학생 육성을 위해 장학금도 지원하고 별도의 성경공부도 진행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한마디도 못했던 스페인어도 3년 정도 사역을 하다 보니 이제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정도가 됐다”며 “모든 게 기적처럼, 마치 이미 예정됐던 것처럼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처음에는 교회 내부에서도 라티노 사역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다른 누군가를 섬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며 “돈으로 줄 수 있는 행복은 제한적이지만 작은 섬김이 주는 행복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된다”고 강조했다.

<유제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