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시회로 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2024-03-15 (금) 로라 김 서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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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하루 앞둔 지난 2월29일, LA 한국문화원에서 특별한 전시회를 열고 기념식을 가졌다. 2년 전 설립된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도시들을 찾아 해외순방 전시를 하는데 상해에 이어 두 번째로 LA가 선정되어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1948년 7월17일 공포된 제헌헌법엔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계승했음이 명시되어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로부터 국호, 연호, 국기, 국가 등 국가의 상징을 계승했다.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도 태극기도 임시정부에서 제정한 것을 그대로 잇거나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런 임시정부를 미국에 살던 동포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비록 몸은 미국에 있었지만 뜻을 함께 하며 조국의 독립을 도왔던 우리 이민선조들. 옛 흥사단소, 리들리 공동묘지, 뉴욕지방회관, 대한국민회 하와이지부 등의 사진에서 그분들의 애국하는 마음을 읽으며 가슴이 뻑뻑해온다.


많은 사진과 자료들이 뜨거운 울림을 주는 전시회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인 1919년부터 카이로선언을 거쳐 1945년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태동하기까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수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27년간의 임시정부 시절. 이번 전시회는 그때로 돌아가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33인의 이름이 적힌 대한독립선언서, 동지들과 동포들에게 전사가 되기를 뜨겁게 외치는 임시정부 포고문, 김구 선생 일행 환국을 알리는 서울신문 호외, 대한민국 임시정부 개선이라 쓰고 밑에 영어로 WELCOME이라 쓴 환국환영 현수막.

특히‘한국애국가’라는 김구 선생의 멋진 글씨와 함께 1945년 중국 음악 월간총서에 소개된 악보가 눈에 띈다. 애국가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3개국어로 작곡자와 각 언어번역자를 상세히 적었는데, 내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작사자가 누구로 적혀있나 였다. 지금까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작사자. 안익태 작곡, 작사자는 미상으로 윤치호 안창호 민영환 등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을 뿐 공인된 것은 없는 상태다.

그런데 그 악보에는 이름이 있다. 작사에 일명.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 편안한 일(佚)자와 이름을 뜻하는 명을 써서 일명(佚名)이라고. 우리 성에는 일이라는 성씨가 없고 사라진 성씨에도 그런 한자의 일씨는 없다. 누굴까? 아님 일명이라는 숨은 뜻이 있는 말인가?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역사학자가 좀 찾아줬으면 하고 바래본다.

그리고 또 내게 감명을 주고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광복군들이 서명한 태극기였다. 광복군으로 함께 활동하던 문웅명이란 대원이 타부대로 영전이임할 때 석별의 정을 모아 서명한 것으로 한자와 한글이 섞인, 이름과 염원이 담긴, 동지애와 애국심이 배어있는 뜨거운태극기다. 글씨와 내용이 강하고 절절한 문구들, 완전독립을 위하여 노력하자! 굿세게 싸우자! 열열한 혁명의 투사가 되어라! 등등, 피끓는 동지애와 애국심을 쏟아낸 구호들이 태극문양 속에 지금도 부르짓고 있는 듯 숙연해진다.

4월12일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전시회를 참관하고 그분들의 발자취를 함께 되돌아 걸어보면 어떨까? 이런 귀한 전시회를 유치한 한국문화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로라 김 서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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