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 사무실, 아파트로 변신 중

2024-03-13 (수)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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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실률 문제 해결해 지역 경제 활성화

▶ DC가 시장 주도

빈 사무실, 아파트로 변신 중

지난 2019년 워싱턴을 떠난 평화봉사단 본부 건물이 163세대 아파트로 변신했다.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워싱턴 DC가 주도하고 있다. 빈 사무실이 늘고 있는 반면 살 집은 부족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사무실을 아파트로 개조하는 것이 유행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5만5천여 세대의 아파트 전환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온라인 임대정보업체(Rent Cafe)에 따르면 워싱턴 지역은 2024년 사무실을 아파트(5,820세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진행되는 지역이며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워싱턴 DC의 11개 사무실 건물이 아파트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미 5개 건물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뮤리엘 바우저 DC 시장은 앞으로 주거용 건물을 3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DC의 건물은 87%가 상업용, 13%가 주거용이다.


상업용 건물들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로 전환되면서 과거 근무 시간 이후 텅텅 비었던 건물이 이제는 옥상 정원을 즐기는 입주자들로 붐비고 주변 거리도 한층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텅 빈 사무실은 지역 상권도 죽게 만들기 때문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아파트로의 전환은 1석 2조,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20만 스퀘어피트 사무실 건물(Tycon Building)도 공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세대 아파트로 전환될 예정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을 아파트로 전환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DC의 경우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세대를 저소득층에 할당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때문에 뮤리엘 바우저 DC 시장은 2020년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21%에 달하던 공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는 많고 혜택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팬데믹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그 변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부동산 개발을 위해 알렉산드리아 시정부가 규제를 변경하자 지역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빈 사무실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고 이로 인한 교통 혼잡 등 개발에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아파트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는 건물주와 지역 여론, 부동산 개발업체 등 모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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