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읽은 명작-파친코<이민진 장편소설>

2024-03-12 (화) 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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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친코와 같은 도박사업 밖에 할 것이 없었다

내가 읽은 명작-파친코<이민진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가 NYT Notable Book of 2017으로 선정되었다. 널리 알려진 베스트 셀러이라, 한글판도 Amazon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국 TV에서도 소개된 작품으로,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부모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에게 시집간다.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딸 선자를 묵묵히 키운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는 불행히도 생선 중매상 한수의 유혹에 빠져 결국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불행의 나락에 빠진 선자는 헌신적인 목사 이삭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구원받게 되었다.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삭의 형 요셉 부부가 사는 일본의 오사카로 향한다. 일본에서 한수의 핏줄인 첫째 노아와 이삭의 핏줄인 둘째 모자수를 낳은 선자는 아내와 어머니로서 삶을 살아간다.


<파친코>는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이들 한인 이민 가족의 꿈과 희망을 그렸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인의 한인차별로 옳은 직장을 구할 수 없었고, 파친코와 같은 도박사업 밖에 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삶과 주인공 선자의 후손들이 일본과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주인공 선자의 부모를 포함한 4세대의 삶을 다룬다.

선자의 남편인 목사 이삭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으로 살았다. 이삭은 신사참배 문제로 일본경찰에 잡혀가 고문을 받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선자의 두 아들 중에, 큰아들 노아는 생선 중매상 한수가 아버지였고, 둘째 모자수는 남편 이삭이 아버지였다. 일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거나, 착실하게 일하여 많은 돈을 벌어도 일본인들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편견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큰 아들 노아는 조선인이란 것을 숨기고 일본인 아내와 결혼하였는데, 조선인이란 것이 밝혀질 상황에 놓이자 자살을 하고 만다. 파친코 사업으로 큰 부자가 된 둘째 아들 모자수는 미국에서 공부한 아들 솔로몬만은 조선인의 한계를 뛰어넘기를 바랐으나, 결국 글로벌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돌아와 파친코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솔로몬은 미국에서마저 조선인으로써 불공평한 대우를 받자 더 이상 미련없이 미국을 떠난 것이다. 결국 새로운 세대조차 일본에서 조선인이 할 수 있는 생업은 도박 사업밖에 없었다.

한수와 선자의 관계는 자갈치 시장으로 불리는 남포동 시장에서 시작되었다. 한수는 생선 중매상이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 선자를 만났다. 당시 한수는 34세, 선자는 16살이었다. 선자는 처음에는 한수의 접근을 뿌리쳤는데 일본인 불량배들의 횡포와 희롱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한수가 나타나 선자를 구해줌으로써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수와 선자의 관계는 소설 끝까지 이어지는데, 그는 자신의 핏줄인 노아만 챙기지 않았고, 선자의 다른 가족까지 책임을 졌다. 전쟁통에 선자 어머니를 구해온 것과 자신을 경멸하는 이삭의 형 요셉을 전쟁통에서 구해오고 치료를 받게끔 하였다.

선자는 남편이 죽고, 또 큰 아들 노아까지 죽는 아픔을 겪었지만, 여전히 식구들을 위해 매일 밥을 지었고 남은 가족들을 챙겼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제 머리가 흰 선자가 이삭의 무덤을 찾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인 <파친코>가 “도박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뜻함과 동시에,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한 타향에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파친코 사업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작가 이민진은 1968년 한국에서 태어나 7살에 미국으로 가족 이민, 예일대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기업 변호사로 일하였으나, 작가로 전향하였다. 일본계 미국인과 결혼, 남편이 2007년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되어 일본에서 4년간 거주했는데, 그 때 현장 답사를 하고, 정보를 입수하며 인터뷰도 하여 소설 <파친코>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민진은 현재 뉴욕에서 집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이토록 방대한 작품을 완성시킨 능력과 앞을 내다보는 그 혜안과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내가 읽은 명작-파친코<이민진 장편소설>

●2014년 단편소설 『밀물』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2015년 영문소설집『River Junction』출판 Amamzon.com ●2018년 한글소설집 『두물머리』출판 Amamzon.com
●2019년 장편소설 『하멜의 후손』출판
●sukzah@yahoo.com

<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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