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17년간 투병
▶ 시원한 가창력·공감 가는 노랫말에 “친근하고 경쾌한 이미지로 인기”
가수 방실이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세상의 인간사야 모두가 모두가 부질없는 것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서울 탱고' 가사)
'서울 탱고' '첫차' 등의 히트곡을 남긴 가수 방실이(본명 방영순)가 20일 오전 인천 강화의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20일 가요계에 따르면 방실이는 2007년 6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17년간 투병하다가 이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동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누나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자주 갔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오늘 아침에 마지막 얼굴을 봤다"고 비통해했다.
방실이는 대외적으로 1963년생으로 활동했었다. 그의 동생은 "누나는 집에서는 1959년생 돼지띠로 챙겼고, 주민등록상으로는 1960년생으로 돼 있다"고 전했다.
인천 강화도 출신인 고인은 1980년대 미8군 부대에서 활동을 시작해 1985년 박진숙·양정희와 여성 3인조 서울시스터즈를 결성했다. 서울시스터즈는 이듬해인 1986년 1월 '첫차'로 정식 데뷔했다.
그는 시원한 가창력을 앞세워 '첫차'를 비롯해 '뱃고동', '청춘열차' 등을 히트시켰다.
방실이는 서울시스터즈 해체 후 1990년 솔로로 전향해 '서울 탱고', '여자의 마음' 등을 발표해 큰 인기를 누렸다.
방실이는 푸근한 이미지와 풍부한 성량을 앞세워 '뭐야뭐야', '아! 사루비아' 같은 밝고 경쾌하면서도 가벼운 댄스곡으로도 사랑받았다.
2007년 2월에는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의 트로트 유닛(소그룹) 슈퍼주니어-T와 히트곡 '첫차'를 함께 불러 발표하기도 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방실이는 이름처럼 넉넉하고 밝은 표정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은 가수였다"며 "보통 연예인과는 다른 외모였지만, 오히려 그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게 다가서며 많은 사랑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가수 방실이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실이는 2000년대에도 꾸준히 신곡을 내고 활동하던 중 2007년 6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 생활을 해 왔다.
그는 그해 연말 방송 무대에 깜짝 출연해 관객과 동료 가수에게 진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 무대에서는 현철, 설운도, 현숙, 최진희 등 동료 가수들이 방실이를 에워싸고 그의 히트곡 '서울 탱고'를 불렀다. 방실이는 이에 눈물을 줄줄 흘려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방실이는 1994년 한 일본인 킥복싱 프로모터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1년 뒤인 2005년 한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는 사이에 결혼 발표가 났고, 결혼식을 올린 뒤 남편과 단 하루도 같이 산 적이 없다"며 '가짜 결혼'을 고백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뇌졸중으로 전신이 마비된 데 이어 당뇨에 따른 망막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황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빈소는 인천 강화군 참사랑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2일 낮 12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