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 변화, 한인사회 역할 중요”

2024-01-29 (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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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인터뷰- VA에 안착한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 리정호 씨

▶ 김씨 일가 비자금·외화조달 관리 고위간부…주변인 숙청에 망명

“북 변화, 한인사회 역할 중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출신인 리정호 씨가 지난 25일 본보를 방문했다. 리 씨는 2016년 미국에 망명해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들과 딸은 뉴욕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북한 김씨 일가의 비자금과 외화조달을 관리하던 노동당 39호실 출신 고위간부였던 리정호 씨는 2014년 북한을 떠나 한국에 왔으며 2016년 미국으로 망명해 현재 버지니아 타이슨스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미주통일연대(회장 김유숙) 강연회를 통해 소개된 리 씨는 “북한 주민으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주었다. 지난 25일 본보를 방문한 그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비롯해 북한 변화를 위한 한인사회 역할을 당부했다.

-북한에서 고위직에 있다가 망명을 결심한 이유는?
▲30년간 북한 노동당 직속 중앙기관에서 사업을 했으며 39호실 대흥 총회사 중국 지사장으로 일하다 2014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2014년은 3대 세습에 나선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을 비롯해 무자비한 숙청을 하던 해였다. 주변의 지인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비로소 북한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해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


-북한의 현실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북한을 잠깐 방문하고 온 사람들과 북한 주민으로 직접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으며 그들은 북한이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숨은 진실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물론 북한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지만 그것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세상에 사는 여러분은 이해할 수 없는 감시와 통제, 억압이 존재하는 곳이다. 3대 세습이 이루어지고 국민이 억압받는, 1달러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여러분은 그곳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북한 내부의 변화 가능성은?
▲국경 지역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한 눈에 경제적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활기찬 모습의 중국 도시들과 달리 북한은 불빛 하나 없이 어둡고 칙칙한 대조적인 모습일 뿐이다. 알고 있지만 아무 말도 못하는 곳이 북한이다. 여전히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와 같은 투쟁의 동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고위층의 경우에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있어 눈치만 볼 뿐이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남한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아 출력을 조금만 높이면 북한 주민들도 남한 방송을 볼 수게 있다. 심지어 군부대에서도 암암리에 남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또한 중국 통신사를 이용하는 북한의 휴대폰 사용자들에게도 외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방법은 많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지가 부족하다. 또한 미주 한인들에게는 남한에서 하지 못하는, 보다 솔직하게 진실을 전하는 노력을 당부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대변하고 독재정권을 규탄하며 상대방 지도자를 존중하지 않는 그들에게 우리만 예의를 차릴 것이 아니라 보다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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