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10대 절반은 보수성향”

2024-01-29 (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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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2012년 출생 Z 세대는 진보적?

▶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세대별로 정치성향을 비교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 까다롭다.
세대 간 갈등은 언제나 있어왔고 기성세대는 종종 젊은 세대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지만 젊은 세대는 이러한 인식에 반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대별 정치성향은 얼마나 다를까.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세대별 정치성향을 비교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큰 특징은 Z세대의 절반 이상이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이든 미국인들(특히 베이비부머)이 권력을 포기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80대 대통령이 재선에 나선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기성세대의 절반 이상은 ‘젊은 세대가 권력을 잡으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빠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결국 서로를 불신하는 세대간 갈등이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만으로 그들의 정치성향을 단정할 수 없고 개개인의 서로 다른 성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인종별 차이는 없을까. 각 세대의 흑인과 아태계 비율은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백인의 경우 젊은 세대로 갈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히스패닉 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에 세대별 차이는 사실 인종별 차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인과 히스패닉 인구의 비율은 Z세대의 경우 2대 1이지만 65세 이상(침묵의 세대)의 경우에는 10대 1이었다. 이는 1960년대 이민개혁이 영향을 미쳤으며 Z세대의 부모가 미국에 오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세대차이는 불가피하고 서로 이해하는 기준도 다르다. 성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이해의 폭이 넓지만 경찰이나 정부, 언론에 대한 신뢰는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정치성향에도 반영된다. 젊은 세대는 기존 정당에 소속되지 않고 대부분 자신을 무소속이라고 밝힌다. 또한 Z세대 가운데에서도 나이가 어린 10대들의 경우 더욱 독립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성향에 비추어 백인이 아닌 10대들은 Z세대의 성인들보다 자신이 ‘공화당’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낮지만 백인 10대들은 스스로 ‘공화당’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에 ‘중도’(moderate)라고 밝혔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이들은 정치적 선택에 대한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Z세대 가운데 공화당이라고 밝힌 10대 응답자의 45%는 ‘젊은 세대가 권력을 잡으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빠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Z세대 공화당 성인의 절반 이상도 ‘젊은 세대가 권력을 잡으면 더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보다 더 온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Z세대 10대들은 ‘진보’(liberal)라는 표현보다는 ‘보수’(conservative)라는 표현이 더 흔하고 백인 10대의 경우에는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더 일반적이었다.

이에 대해 지금의 10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우익 정치의 시대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냈다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해석이 있다. 백인 기성세대의 인종적 불안이 젊은 세대의 백인들에게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고 단지 젊은 세대의 일탈이라는 견해도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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