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분 휩싸인 재미한국학교협의회

2024-01-25 (목) 유제원 기자
크게 작게

▶ 이사회, 추성희 총회장 해임 결정…임시총회서 인준

▶ 추성희 총회장 “비정상적인 이사회·임시총회”반박

미 전국 1천여개 한국학교를 대표하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가 내분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임시총회에서 추성희 총회장에 대한 징계, 해임(정권)안이 통과됐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기훈 이사장은 추 총회장의 징계사유와 정관에 따른 징계과정을 설명하고 이미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결정된 총회장 권한정지, 해임이 83%의 찬성으로 인준됐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추 전 총회장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며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NAKS 이사회는 정관에 입각해 회원자격위원회에서 총회장 권한정지를 확정했으나 추 전 총회장은 불화조성, 명예실추, 헌장위반, 이사회 결정과 이사회 무시 등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아 왔고 테러에 가까울 정도로 이메일을 회원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열린 제60차 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총회장 복귀 불가’가 결정됐으며 이날 박종권 이사장도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 총회장과 박 이사장은 징계가 확정됐음에도 이사회가 불법이고 무효라고 주장하며 인수인계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위상실추를 우려해 쉬쉬해왔던 내분이 6개월간의 조정 기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극심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회원학교에 마지막 인사라는 편지를 보냈던 추 총회장은 지난 19일 “억울하지만 깨끗이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총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할 수 없으며 이해 안 되는 온갖 징계 사유를 만들어 온 회원자격심사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에 따른다면 오히려 NAKS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고 생각해 분열을 막기 위해 다시 나서게 됐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현 사태의 시발점을 지적하며 “직전 총회장 때에 진행됐던 사업들이 잠정 중단되자 이에 불만을 갖게 된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회원자격심사위원회는 권한에도 없는 직위와 업무에 대한 징계를 내렸으며 징계를 요청한 자들이 징계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과정을 이끌어 간 것은 원칙에도 어긋나고 의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했다”며 “비정상적인 이사회에서 결정된 무기한 정권 결정, 해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열린 임시총회에 대해서는 “회원학교의 1/5, 최소한 178개교가 참여해야 정족수가 되는데 이날 138명만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며 기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임시총회라고 비판했다.
42년 전통의 NAKS는 추성희 총회장과 손민호 대행의 편 가르기가 진행되면서 ‘한 지붕 두 회장’이라는 소위 분규단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법정 다툼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마치 미주총연 사태를 반복하듯 부끄러움은 일선 한국학교 교사들의 몫이 됐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제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