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어팩스도‘데이터 센터’ 논란

2024-01-21 (일)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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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섄틸리 환경보호 구역에 대형 건물 추진

▶ “상수원 오염 불가피·소음 심각…대안 필요”

페어팩스도‘데이터 센터’ 논란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와 소송에 나선 주민들이 지난 12일 챕 피터슨 변호사와 함께 데이터 센터 반대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버지니아 프린스윌리엄 카운티에서 논란이 됐던 데이터 센터 건립 문제가 이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섄틸리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상수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환경 보호 구역에 대형 건물을 세우기 위해 조닝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건물에는 27개 디젤 발전기와 15만 갤런의 연료탱크 등이 자리하게 돼 유독성 폐수 배출이 예상된다.

데이터 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디젤 오염수가 주변 물줄기(Cub Run)를 따라 아코콴 저수지(Occoquan reservoir)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애난데일, 베일리스 크로스로드, 린코니아 등 80만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상수원이다.


반대 시위를 전개하는 한 단체(Save Pleasant Valley)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며 “카운티 정부는 데이터 센터를 유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및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에 인접한 북버지니아 지역은 이제 ‘전 세계의 데이터 센터 수도’(The Data Center Capital of the World)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이미 라우든 카운티 애쉬번에만 300개에 달하는 데이터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면 오염수 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 변전소가 필요하고 이로 인한 소음, 냉각수 배출 등의 문제도 따라오게 되고 연료 공급을 위해 대형 트럭이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다니게 된다.

페어팩스 카운티 기획개발부는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일련의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반대하는 단체들은 수퍼바이저회가 이를 수용하고 실천할 때까지 건립 승인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수퍼바이저회에서 매나세스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승인하자 지역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우리 동네가 디지털 지옥(digital hellscape)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주 상원의원을 역임한 챕 피터슨 변호사를 선임했다.

버지니아 전역의 20여개 환경·역사보존·기후옹호 단체 등이 연합해 최근 ‘버지니아 데이터 센터 개혁 연합’(Virginia Data Center Reform Coalition)을 결성해 주 정부 차원의 규제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샌틸리 지역을 관할하는 설리 디스트릭 캐시 스미스 수퍼바이저가 데이터 센터 건립을 지지하고 있어 주민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는 23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열띤 공방이 예상되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센터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수퍼바이저회는 해당 지역 수퍼바이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퍼바이저회는 이날 투표로 결정하거나 아니면 공청회를 연기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데이터 센터 건립이 승인되더라도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와 마찬가지로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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