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 예기치 않은 사고들

2024-01-20 (토) 이혜란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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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볼티모어 병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자 약사 하나가 아침 11시께 출근해서 주차하던 중에 권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차까지 빼앗기는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당시 그녀는 다른 쪽에 있던 가방을 가지러 돌아서는데 흑인 한 명이 총을 들고 위협하며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고 했다. 범인들은 다른 차에 타고 있는 여자 하나와 2인조 같았다. 휴대폰은 경찰이 병원 근처에서 찾았지만 훔쳐간 가방 안에 들었던 은행 카드 회사에 전화하고 집 열쇠를 모두 바꾸었어도 집 주소를 알고 있는 그들이 혹시라도 집을 찾아올까 두려움에 잠 못 이루던 밤이었다고 한다.

오래전 나도 버지니아에 있는 식당에 갔다가 강도를 당한 적이 있다. 저녁 7시쯤인가. 집 근처 한 골목길에서 나를 따라온다는 느낌의 차 한 대. 아니나 다를까, 그 차는 갑자기 속도를 올려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박는 것이었다. 놀란 나는 급히 차에서 내렸고 차는 약간 긁힌 흔적이 있었다.


그는 펜이 있으면 자기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해서 내 차로 들어간 순간 “움직이지 말아!” 소리에 고개를 약간 올려 쳐다보니 사냥용 작은 칼이 목에 와 있고 술 냄새 뿐만 아니라 마약에 취한 듯 몽롱한 눈의 18세 정도의 흑인 남자아이 얼굴이 보였다.

내 가방을 달라고 해서 넘겨주면서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은 “너희들 엄마를 생각해. 필요한 것 가지고 가지만 나를 해치지는 말아. Just don’t hurt me”만 계속 외치고 있었다.

그때 너무 놀랐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즉시 카드를 캔슬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500달러어치를 사용했다. 나중에 그들을 잡고 재판도 진행되었지만 갓 18세가 지난 한 명만 빼고 나머지 두 명은 14살과 16살이라 소년원에 갔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는 한동안 밤에 잠을 자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은 예고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항상 신경을 쓰고 위험은 피해가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님을 우리는 안다. 그저 한 해도 무사히 지날 수 있음을 우리는 감사해야겠다.

<이혜란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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