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드라이빙 마들렌’(Driving Madeleine) ★★★★(5개 만점)
▶ 택시 기사와 92세 할머니 승객의 대화 속 우정으로 맺어지는 매력적인 인생 찬가
마들렌(왼쪽)과 샤를르가 센강변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있다.
제시카 탠디와 모간 프리맨이 주연해 오스카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연상시키는 가슴 훈훈하고 인간미 가득한 2인극으로 일종이 로드 무비라고 하겠다. 빚에 쪼들려 삶에 지친 중년의 택시운전사와 92세난 할머니 승객이 하루 종일 파리 시내를 달리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깊은 우정으로 맺어지는 인간관계가 일궈내는 내면 변화를 그린 드라마로 다소 감상적이지만 매력적인 인생 찬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보기 좋은 것은 할머니 승객 역의 린 르노(95)와 운전사 역의 프랑스 베테런 코미디언 다니 분의 절묘한 화학작용이다. 둘이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누는 대화와 이 대화로 인해 영그는 우정이 다정다감하고 보기 좋다. 특히 르노의 인자한 미소와 따스한 인간미를 품은 자비로운 연기가 감동적이다. 또 하나 볼만한 것은 파리 관광. 개선문과 에펠탑과 파리 오페라와 센 강 등을 담은 카메라 영상이 ‘파리로 오세요’라고 유혹한다.
간호사 아내 카린과 어린 딸을 둔 택시 운전사 샤를르는 빚에 쪼들리는데다 교통 규칙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되기 직전이어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어느 날 택시회사로부터 요금을 후하게 지불하겠다는 손님을 파리외곽지대로 가 태우라는 연락이 온다.
시내서 멀지만 후한 요금이라는 약속에 손님 사는 곳을 찾아가니 승객은 할머니 마들렌. 마들렌은 이 날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돼있는데 샤를르에게 입원하기 전 파리 시내 몇 군데를 들렀다가 가자고 부탁한다. 이에 샤를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마들렌이 시키는 대로 차를 모는데 이 과정에서 마들렌이 자기 과거 얘기를 시작한다.
자기가 태어난 곳과 성장한 곳 그리고 결혼생활을 한 곳 등지를 둘러보면서 과거가 현재와 교차돼 묘사된다. 1944년 마들렌(알리스 이사즈)이 16세 때 파리에 주둔한 미군 맷과 사랑에 빠져 아들 마티외(아드리엘 루르)를 임신하지만 맷은 귀국한다. 이어 마들렌은 잘 생긴 용접공 레이(제레미 라외르트)와 결혼하나 레이는 폭력적이요 무자비한 남자. 마들렌이 애지중지하는 마티외를 레이가 구타하면서 마들렌은 레이에게 끔직한 복수를 행한다. 이로 인해 마들렌은 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거 회상 장면들이 영화 전체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는 못한다.
그리고 성장해 사진작가가 된 마티외는 베트남전쟁을 찍으러 갔다가 사망한다. 마들렌은 이렇게 어두운 과거를 지녔지만 유머와 위트 그리고 웃음과 미소를 간직한 삶의 승리자이다. 마들렌이 교통 규칙 위반에 걸려 샤를르가 궁지에 몰린 순간 경찰의 딱지를 모면케 해주는 위트 있는 장면이 재미있다.
처음에는 마들렌의 대화 제스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샤를르도 서서히 자기 걱정거리와 스트레스를 풀어놓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우정이 영근다. 마침내 밤 늦어 택시는 양로원에 도착한다. 끝은 당연히 예측한 대로 결말이 나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에타 제임스의 ‘앳 래스트’를 비롯해 다이나 워싱턴 등이 부르는 재즈곡이 향수감에 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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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