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글전용, 우리 문화에의 반역”

2024-01-14 (일)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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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학자 변완수 선생, 포토맥포럼 강연서 비판

“한글전용, 우리 문화에의 반역”

포토맥포럼은 11일 애난데일 설악가든에서 새해 첫 강연을 열었다.




“한자(漢字)를 살립시다. 이 말은 한자가 죽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언어가 타락했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불감증은 심각합니다.”
한학자인 노불(老不) 변완수 선생은 11일 포토맥포럼에서 “한글전용은 우리 문화에의 반역”이라며 “나라를 잃은 것은 일대일세의 국치(國恥)일 수 있으나 말을 잃은 것은 자손만대의 민족적 국치”라고 단언했다.
변 선생은 “한자를 쓰지 않게 되면서 우리말의 장단음도 구분하지 못하게 됐고 독해력(문해력)도 떨어지고 심지어 방송에 나와 강연을 하는 학자들의 엉터리 발음도 심각하다”며 “당장 인공호흡이 필요한 빈사상태이만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해외한인들이 이를 지적하는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한글학회가 이러한 문제를 모른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 있다면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경우 2차 대전에서 패하고 미 군정이 한자를 없애려 했으나 당시 일본의 학자들은 끝까지 1,945자의 한자를 지켜냈다며 한글전용을 시행해온 한국과 달리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은 의미도 분명하게 전달하고 발음도 정확한 언어문화를 지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 어문(語文)을 고발함’의 저자인 그는 이름 석자도 한자로 쓰지 못하고 엉터리 발음과 표기가 난무하는 현실을 고발하며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 글을 읽지 못하며 ‘문맹’이라고 하듯이 한자와 고유어를 모르는 이들을 ‘한고양맹’이라 칭한다”고 했다.

1970년 한글전용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국어는 한글로 표기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한자를 배제한 결과 국민의 언어생활과 문화에 막대한 장애가 생겼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글전용이 언어와 문화를 망가뜨렸다고 지적해온 변 선생은 “우리 문화를 스스로 짓밟는 우려를 범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 선생은 버지니아 애난데일에서 2016년까지 고전강독 모임(삼우반숙)을 10여년 이끌었으며 이후 웨스트버지니아 무어필드의 미진재(迷津齋)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다가 지난해 버지니아 프런트로열로 이사했다. 저서로 산문집 ‘동서남북’(1994), ‘춘하추동’(2012), 시조와 한시 번역집 ‘미진 시첩(迷津 試帖)’(2021) 등이 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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