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동훈과 친한계 20여명 첫 집결…세력화 시동·주도권 강화 포석

202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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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 후 첫 만찬 회동…韓 “단결해서 위기 극복”

▶ 참석자들 “김여사 의혹·당정 관계 우려” 의견도

한동훈과 친한계 20여명 첫 집결…세력화 시동·주도권 강화 포석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한국시간) 오전 부산 금정구 남산성당 앞에서 신도들과 사진을 찍으며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이하 한국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열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원외 대표로서 리더십 한계를 지적받아온 한 대표가 당내 세력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과 함께, 친한계 의원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 의혹과 의정 갈등 등 정국 현안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친한계 의원 20여명과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 장소와 시간은 철저히 보안에 부쳐졌다.


만찬에는 조경태 송석준 김형동 박정하 배현진 서범수 장동혁 김예지 고동진 김건 김상욱 김소희 김재섭 박정훈 우재준 유용원 정성국 주진우 진종오 한지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자리했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압도적 득표율로 선출됐지만, 두 달간 원내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친한계는 이렇다 할 구심점 없이 세력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공언했던 '제삼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 발의가 답보 상태에 놓인 것도 원내 세력화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당 지도부는 친한계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원내 운영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이 주도하면서 '원외 대표 한계론'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날 원내에 포진한 친한계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런 한계론을 불식하고 결속을 다져 한 대표를 중심축으로 한 명실상부한 당내 계파이자 정치세력으로서 자리를 굳히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연합뉴스에 "한 대표 측이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더라도 함께할 의원이 10명도 안 될 것이라는 비아냥을 이번 만찬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더십에 대한 과소평가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만찬에서는 '독대 논란' 등으로 부각된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한 대표는 "단결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등을 잇달아 제기하는 데 대해 고민이 많다는 의견과 지난 4일 김여사 특검법 재표결 당시 나온 이탈표 4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 대표 편에 서는 사람이 너무 적지 않냐는 우려가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 대표를 응원한다"고 말했고, 한 대표는 "고맙다"고 화답했다.

다만, 김여사 특검법 대응 방안,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만찬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한 대표는 콜라를, 참석자들은 고량주를 마셨다.

이번 만찬을 계기로 대통령실을 향한 한 대표의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거절하면서 '윤-한 갈등' 우려가 부각된 바 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독대가 불발된 이후 즉각 이를 재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한동훈계'의 규모가 만찬을 통해 만만치 않은 세력으로 확인되면서 여권 내부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한층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고, 이를 다시 윤 대통령이 거부해 국회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친한계의 표심이 특검법 가·부결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한 대표가 이날 세 과시를 토대로 당정 관계와 각종 정국 현안에서 본격적인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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