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걸어요~. 언제부터인가 서로 덕담하며 간절히 소망하는 인사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움 없이 늘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길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말이다. 아마도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간절함을 담아 서로를 위로하는 외침인 것 같다.
나 역시 꽃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2년 전 어느 행사에 참여해 상품으로 크루즈 여행권을 받게 되었다.
너무 좋은 기회였고 한 번쯤은 화려하고 멋진 꽃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크루즈에 올랐다.
나를 위한 꽃길이라 생각하니 어찌나 설레고 좋든지..
그런데 해가 질 무렵, 배가 육지를 떠나 망망대해 한가운데 들어서자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점점 거세지면서 그 큰 배를 심하게 흔들었고, 그 흔들림으로 식탁에 놓인 접시가 테이블에서 밀려 나가고, 사람들은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한 발짝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무서워 소리 지르는 사람, 멀미하는 사람, 어지러워 쓰러지는 사람, 순식간에 그 화려했던 꽃길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배에서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방에 들어가 꼼짝 못 하고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내 삶에 꽃길은 무슨… 속상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지만 침대에 누워 요동치는 내 마음을 다독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폭풍은 그대로 인데 처음 느껴보는 평안이 내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배는 마치 누군가가 나를 위해 흔들흔들 밀어주는 커다란 요람 침대 같았고, 배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는 흔들거리는 박자에 맞춰 부르는 고요한 자장가처럼 들렸다.
어릴 적 그렇게 안겨 보고 싶었던 엄마 품에서 고이 잠드는 갓난아이가 되어, 나도 모르게 깊은 평온함 속에서 눈이 스르르 감겼다. 조용히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도 함께 스르르…
어릴 적 혼자 지내야 했기에 따뜻한 엄마의 품으로 채울 수 없었던 아주 작은 공간.
엄마의 형편을 알았기에 그 공간을 채우려 애쓰지 않았다.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며 비워두었던 그 작은 공간이 서서히 채워지는 듯했다.
아마도 그곳은 내 삶에서 꼭 채워져야 할 부분이었나보다.
배가 심하게 흔들릴수록 나는 더 깊은 잠이 들었고, 밤새도록 세차게 불었던 폭풍이 멈추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그날 밤 그 채워짐이 나에게는 따뜻한 꽃길이었다. 그래서 나는 폭풍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향기로운 꽃 내음을 맡으며 평안의 꽃길을 마음껏 누리게 되지 않았을까?
이제야 알 것 같다.
꽃길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꽃길은 느낌이 아닌 채움으로 얻어지는 누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