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에 하는 결심들

2024-0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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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은 가고 새해라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 앞으로 다가올 360여 새로운 날들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새하얀 시간의 백지 속에 어떤 멋진 그림들을 그려 넣을 것인가. 새해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연례의식처럼 등장하는 것이 새해결심이다. ‘한번 사는 인생, 좀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 새 출발점 앞에 서면 강해지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건강과 몸매. 주로 남성들은 건강,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목표로 삼으면서 운동하자, 체중을 줄이자, 다이어트 하자, 금연하자, 술은 조금만 마시자 등이 단골 새해결심들로 등장한다. 그래서 연초면 헬스클럽마다 신규 회원들이 밀려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곤 한다.

그외 정서적 안녕을 위해 스트레스를 줄이자, 정기적으로 명상을 하자, 일만 할 게 아니라 취미활동을 하며 삶을 즐기자,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갖자, 재정적 안정을 위해 돈을 모으자 등이 인기 새해결심들로 등장한다.


문제는 결심이 행동으로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고 반짝 결심으로 끝나는 것. 새해결심은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유거브의 관련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새해결심의 경우, 성공률은 28%였다. 연초에 한 결심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이 4명 중 한명이 좀 넘는 정도였다. 17% 즉 6명 중 한명은 완전 실패. 운동하자, 금연하자 등 자신이 연초에 결심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케이스들이다. 한편 두 사람 중 한 명(53%)은 완전하지는 않아도 결심을 어느 정도 지켰다고 대답했다.

해마다 결심하고 해마다 실패하면서 새해결심이 연례의식처럼 되었는데, 사실 의식으로서 새해결심의 역사는 길다. 역사학자들은 4,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의 풍습을 새해결심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바빌로니아의 새해는 1월이 아니라 3월 중순에 시작되었다. 이때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12일 동안 아키투라는 축제를 열면서 새해맞이 의식을 가졌다. 이전에 빌린 물건들을 돌려주고, 부채를 갚으며, 새해결심들을 하면서 신년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했다.

지금의 새해결심과 다른 점은 그들의 결심은 절대로 작심삼일이 아니었다는 것. 그들은 종교적 의식으로서 새해결심을 했다. 결심한 걸 어길 경우 신들로부터 벌을 받는다고 믿었으니 얼마나 열심히 지켰을 것인가.

새해결심을 지키기 어려운 것은 방해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오랜 습관들이다. 퇴근하면 TV 앞에 주저앉는 것이 습관인 사람이 “내일부터 운동하자”고 결심한다고 바로 몸이 따라주는 게 아니다.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습관. 오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도전을 거쳐야 실천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매일 한 시간 운동이 아니라 10분, 팔굽혀 펴기 100번이 아니라 5번부터 시작하는 식이다.

새해결심이 반드시 습관과의 싸움일 필요는 없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담배를 끊어보겠다는 둥, 아내에게 좀 더 친절하게 하여주겠다는 둥 별별 실행하기 어려운 결심을 곧잘 한다. 거울을 들여다볼 때나, 사람을 바라다볼 때나 늘 웃는 낯을 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아마 가능할 것이다.”

절로 입가에 미소를 돌게 하는 이 결심의 주인공은 수필가 피천득 씨였다. 새해에 뭔가 색다른, 뭔가 푸근한 결심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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