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하고 축하하며…

2023-1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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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옛날 모습 그대로야. 너 하나도 안 늙었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들리는 소리이다. 12월 들어서며 남가주 한인타운이 북적북적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각 학교 동창회, 각종 경제단체, 봉사단체, 향우회, 동호회 등 크고 작은 모임들이 송년파티를 하면서 호텔과 식당이 붐빈다.

오랜만의 만남이 반갑지 않은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활기 넘치기는 동창회 모임. 어깨 구부정하고 배는 불룩하며 흰 머리에 주름진 얼굴을 한 중장년들이 동창모임에만 가면 세월을 거슬러 동심이 되곤 한다. 마음이 그러하니 백발의 동창을 보며 “하나도 안 늙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60 즈음의 한 여성이 이민 와서 처음으로 여고 동창회 송년모임에 갔을 때였다. 모임장소인 호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오래 전에 보았던 친구들의 엄마들이 떠올랐다. 막연히 “동창 엄마들도 LA에 많이 사시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파티장인 볼룸에 들어서니 그 ‘엄마들’의 정체가 확인되었다. 바로 자신의 동창들이었다.

가슴에 붙은 이름표를 보고 수십년 전 친구를 확인하는 순간, 나이든 얼굴 위로 앳된 여고생 모습이 겹쳐지면서 탄성은 터져 나온다. “너 그대로야, 세월이 빗겨 갔나봐!!”

수십 년 만에 만나도 스스럼없이 반말하고 웃고 떠들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고단했던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이 동창모임의 매력이다. 축제의 효과이다.

추수감사절로부터 크리스마스를 거쳐 새해로 이어지는 연말연시는 축하파티가 줄을 잇는 축제의 계절이다. 이름 붙은 송년회 외에도 가족 친지들이 모이는 작은 파티들이 이어진다. 소중한 인연들, 고마웠던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한해의 삶을 돌아보고, 올해도 별 탈 없이 살아낸 것을 감사하며 함께 축하하는 자리들이다.

뭘 감사하고 뭘 축하해야 할까. 모든 이들에게 연말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축하는커녕 한숨만 나오는 상황들이 많다. 봉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치솟아 재정적으로 쪼들리거나, 나이 들수록 몸의 이곳저곳이 고장 나서 건강이 좋지 않거나, 업무 스트레스로 하루하루가 전쟁이거나, 자녀가 속을 썩이거나… 감사나 축하와는 거리가 먼 일상들이다.

그럼에도 성탄절이라고, 연말이라고… 감사하고 축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그럴수록 감사하고 축하하라고 말한다.

감사란 못 이룬 것, 못 가진 것에 쏠려있던 시선을 돌려 가진 것, 이뤄낸 것을 들여다보는 긍정의 행위.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도 감사의 조건으로 충분하다. 감사의 마음이 차오르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축하의 행위이다. 크리스마스 축하 장식을 하고 선물을 나누며 축하파티를 하게 된다.


절기나 생일, 결혼기념일 등 축하할 것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축하의 행사를 만들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흥겹게 축하하며 살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축하 행위는 첫째 기쁨을 선사한다. 밋밋한 삶에 즐거움이 차오르게 한다. 둘째 축하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은 불문가지. 셋째 축하하고 축하받는 삶은 상호 사랑과 신뢰를 풍성하게 함으로써 관계를 돈독히 한다. 자주 모여 같이 먹고 마실수록 가까워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울러 축하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하니 감사하고 축하할 때마다 영혼의 상처들이 아문다.

축제의 계절에 많이 감사하고 많이 축하하자. 지루했던 삶이 즐겁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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