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전 전투 부상 40대 조나단 이씨 ‘PTSD’극복 못한 채 ,경찰과 총격중 숨져
조나단 이(45·한국명 이민준·사진)
9.11 테러 이후 미군에 자원입대한 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싸운 한인 2세 참전용사가 전쟁의 충격으로 얻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찰과 총격전 끝에 총에 맞아 사망하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을 거치며 많은 참전 군인들이 겪고 있는 PTSD 등 정신적 후유증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것이어서 보훈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셰리프국은 지난 1일 오전 10시50분께 차량 한 대가 문이 열린 채 도로 가운데 버려져 있다는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관에 따르면 인근에 위치한 주택가에서 총성이 울렸다. 첫 번째로 출동한 경관은 총소리를 듣고 추가 경찰력을 호출했다.
총성이 울린 곳은 한인 조나단 이(45·한국명 이민준·사진)씨가 거주하는 15400 블럭과 플레밍턴 애비뉴에 위치한 주택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은 해당 주택을 둘러싸고 위기 교섭팀도 호출했다. 대원들이 주택 외부에서 대치 상태에 있는 동안 이씨가 2개의 소총을 들고 집 앞마당으로 나왔다. 이때 다섯명의 대원들이 총격을 발포했고, 이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주택 안에 들어가 추가적인 위험 물질은 없는지 확인했는데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주택에서 과거 가정폭력과 관련한 신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레거시 닷컴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미군 출신의 한인 2세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부한 뒤 제대해 최근까지는 소방관으로 근무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1살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와 휴스턴에서 자란 그는 지난 1992년 강도로 인해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 이후 군대에 복무하고 싶다는 포부를 품은 그는 2003년 육군에 입대했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로도 복무했고 육군 표창장, 육군 성과장, 국방 예비 서비스 메달, 아프가니스탄 전역 서비스 메달, 세계 평화를 위한 글로벌 전쟁 서비스 메달 등 다양한 상을 수여받았다.
그는 2006년 전투 중 부상으로 인해 전역했다. 이후 사이페어 소방국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텍사스 보몽트에서 정식 소방관으로 고용돼 일했다. 그는 부인 니디아와 슬하에 딸 1명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참전하는 기간 동안 PTSD를 비롯해 신체적 및 정신적 질병을 앓았고 이후 알코올 중독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전 군인들이 주로 앓는 PTSD는 생명을 위협할 만한 충격적인 사고를 겪은 뒤 앓게 되는 정신적인 고통을 일컫는다. 전쟁 이후 정신적 고통을 겪는 건 일반적인 일이지만 한달이 넘도록 고통이 지속된다면 PTSD 증상으로 간주된다. PTSD 환자들의 증상은 충격적인 경험을 수시로 떠올리며 과도한 긴장 상태, 죄책감, 원망 등에 시달린다.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씨의 한 친구는 “그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고 소방관으로 봉사했다”며 “참전 군인들이 겪는 PTSD를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 비극은 PTSD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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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