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생활의 무덤을 파는 가장 쉬운 방법

2023-12-08 (금)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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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잔소리는 약일까? 독일까?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마리 외제니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인물이다. 그녀의 우아한 자태,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나폴레옹 3세는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이들 부부는 부와 권력과 명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으며 결혼이라는 성스러운 불꽃이 이보다 더 밝게 타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성스러운 불꽃은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외제니의 극심한 잔소리로 차츰 꺼져갔고 결국은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나폴레옹 3세는 외제니를 프랑스의 황후로 만들어 주었으나 사랑의 힘도, 황제의 권력도, 프랑스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외제니의 잔소리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질투에 눈이 멀고, 의심에 사로잡힌 외제니는 매사에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황제의 사생활마저도 자유롭게 그냥두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국사를 돌보고 있는 중에도 사무실을 드나들었으며, 중요한 토론 중에도 남편의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었다.

그녀는 나폴레옹이 다른 여성들에게 한눈을 팔까봐 두려움을 못 이겨 언제나 감시하였으며 불평하고, 잔소리를 해대고, 서재로 찾아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제니의 잔소리와 히스테리를 견디다 못한 나폴레옹은 밤중에 종종 쪽문을 통해 몰래 밖으로 나가곤했다. 중절모를 지긋이 눌러쓰고 친구 한명만 동반한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성을 찾아가거나 파리 시내를 거닐며 황제의 삶이 아닌 시민들이 마시는 공기를 마시고 외제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다. 외제니의 잔소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나폴레옹 3세가 황제였던 것도 사실이고, 외제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가운데 한 명인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황후라는 지위도 외모의 아름다움도 잔소리와 히스테리 앞에서는 식어가는 사랑을 되살릴 수 없었다. 외제니는 구약성서의 욥처럼 소리 높여 구슬프게 울면서 고백했다. “내가 정말 두려워했던 일이 내게 닥쳤다!” 스스로 초래한 일이었다. 그 가련한 비극의 주인공 외제니는 질투와 남편에게 쏟아 부은 잔소리를 통해 스스로에게 불행을 불러 온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가 남편을 질리게 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세계적 대문호 톨스토이의 아내도 외제니 못지않은 잔소리꾼이었으며 그녀는 죽기 두 달전 딸 앞에서 “내가 너희 아버지를 죽였다”고 고백했다. 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끊임없는 불평과 잔소리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도 명성뿐만 아니라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 결혼 당시에는 행복이 너무도 강렬하여 이 행복이 오래도록 유지되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기로 하고 청빈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면서부터 이들 부부에게도 비극이 찾아왔다. 그의 아내는 사치를 즐겼고, 명성과 사람들의 갈채를 갈구했으며, 돈과 지위를 원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재산의 사적 소유는 죄라고 믿으며 자신이 가진 것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 아내는 잔소리를 퍼붓고 질책하기 시작했다. 톨스토이는 잔소리에 지쳐 아내를 쳐다보는 것조차도 힘들어 했다.

82세가 된 톨스토이는 더 이상 비극적이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견딜 수가 없어 1910년 눈보라가 몰아치던 밤 아내를 피해 추위와 어둠속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며 무작정 길을 나섰다. 11일후 톨스토이는 어느 작은 기차역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남긴 마지막 말은 그가 있는 곳에 아내가 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잔소리와 불평과 히스테리의 대가였다.

훗날 톨스토이의 아내가 말했다. “제가 생각해도 나는 미쳤던 것 같아요!”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좁히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지만 넓히면 우주를 품고도 남는다. 앙칼진 목소리로 잔소리나 퍼부어대는 아내들로부터는 어떤 남편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결혼생활의 무덤을 파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잔소리였다.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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