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민족 정체성 확립에 일생 바쳐”

2023-10-15 (일)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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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학주 박사 ‘나의 할아버지 육당 최남선’발표

▶ 포토맥포럼 월례 강연회

“한민족 정체성 확립에 일생 바쳐”

육당 최남선의 손자 최학주 박사가 12일 열린 포토맥포럼에서 ‘최남선과 최두선 형제, 근대화 구국운동’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개화기 선각자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조선의 정체성이었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스스로 ‘엽전’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할아버지 육당 최남선은 역사학자로서 한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육당 최남선의 손자 최학주 박사는 12일 설악가든에서 열린 포토맥포럼에서 ‘최남선과 최두선 형제, 근대화 구국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1890년 중인 집안에서 태어난 육당은 황실 유학생으로 일본에 갔으나 다른 세도가 유학생들의 행태에 실망해 1908년 유학을 중단하고 돌아와 ‘소년’ 잡지를 창간했다. 신문명 지식을 전파해 근대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자주독립 개화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광문회를 조직해 ‘한글’ 말모이 작업을 시작했고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작성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불함문화론’, ‘단군론’에 이어 우리의 역사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야하는 슬픔을 한탄하며 조선사편수회에서 1931년 ‘조선사’를 출간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금서가 되면서 1942년 다른 이름의 역사책 ‘고사통’을 출판해 기적적으로 일제의 허가를 받아 당시 3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역사학자로 불리길 원했던 그는 역사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 민족적 자부심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쳤지만 훗날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최남선의 동생인 최두선은 동아일보 사장, 제3 공화국 초대총리를 지냈지만 육당의 동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와세다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중앙고보 교장을 지냈으며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를 설립한 김성수의 측근으로 경성방직 상무를 거쳐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했다. 1957년 유엔총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했으며 자유당 정권 이후 제3공화국에서도 총리, 대통령 외교특사, 남북적십자회담 등을 주도하며 한국 근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1974년 부고 기사는 그에 대해 “총리를 지냈으나 정치는 싫다 했던 술수를 모르는 육당의 동생”이라고 평가했다.

1941년생인 최학주 박사는 “중학생 시절 할아버지를 가까이서 모시면서 당시 구입한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 드리고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기록해 방문객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며 생생한 당시의 추억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근대화와 구국운동을 위해 할아버지 형제는 사재를 털어 민족자본을 조성했으며 ‘신문관’, ‘청년학우회’, ‘조선광문회’ 등을 통해 개화 계몽, 조선문화정체성, 조선학 역사인식, 민족정체성 확립 등 지금까지도 우리의 역사, 문화, 한글 등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학주 박사는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유학 와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 제약회사에 들어가 신약개발 부서에서 일했으며 이후 FDA에서 은퇴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으며 2011년 ‘나의 할아버지 육당 최남선’(나남출판사)를 발간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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