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애와 집념과 공포의 원초적인 감정에 관한 걸작

2023-08-18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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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탐욕’(Greed) ★★★★★(5개 만점)

성애와 집념과 공포의 원초적인 감정에 관한 걸작

맥티그(왼쪽)와 마커스가 데스밸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과격한 감독 에릭 본 스트로하임이 1924년에 만든 무성영화로 프랭크 노리스의 소설 ‘맥티그’가 원작. 성애와 집념과 공포의 원초적인 인간적 감정에 관한 걸작이다. 완벽주의자인 감독은 원작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데스밸리 등지에서 현지 촬영, 무려 상영시간 9시간짜리로 만들었다. 이를 제작사인 MGM이 난도질해 2시간이 조금 넘는 것으로 개봉됐었다. 이 것이 후에 4시간 20분짜리로 재구성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치과의사 맥티그(깁슨 고완)는 덩지가 크고 머리 회전이 느리고 조야한 남자이지만 성실한 사람이다. 그는 친구인 마커스(진 허숄트)를 통해 트리나(지수 피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당초 마커스는 트리나를 자기 아내로 삼을 예정이었으나 맥티그가 트리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친구에게 양보한다.

그런데 문제는 트리나가 맥티그와 결혼하기 얼마 전 5,000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되면서 일어난다. 마커스는 맥티그가 돈 때문에 트리나를 자기로부터 빼앗았다고 비난하고 우정이 악의로 변하면서 면허가 없는 맥티그는 마커스의 고발로 개업이 취소된다. 이 때부터 맥티그 부부의 삶은 가난과 궁핍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시작하는데 이런 지경에서도 트리나는 자기가 소유한 5,000달러에서 단 한 푼도 내놓지 않는다. 트리나는 병적으로 탐욕과 재산 축적에 집착하는 여자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금화로 바꾼 5,000달러의 황금 촉감을 즐긴다.

참다못한 맥티그는 아내를 교살하고 도주하는데 현상금이 붙은 맥티그를 한 여름의 데스밸리까지 쫓아온 사람이 마커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맥티그와 마커스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압권인데 결국 탐욕은 모든 사람을 파괴한다. 본 스트로하임은 배우로서도 활약했는데 빌리 와일더 감독의 명작 ‘선셋 대로’에서 돌아버린 무성영화의 빅 스타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의 전 남편이자 운전사 맥스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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