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삶과 생각] 꿈과 비전

2023-08-11 (금) 송영옥/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크게 작게
3년간 발목 잡던 팬데믹이 풀리자 5월 중순에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다녀왔다. 로마제국에 멸망된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유대인들은 2000년 동안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 흩어졌다가 영국이 1차 대전 후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통치할 때 시온으로 돌아가자는 각성아래 대거 돌아오면서 1948년 조상의 땅에 나라를 세웠다.

최북단 2,223m의 헬몬산에 오르니 스키장이 있고 잔설도 남아있고 산기슭 여기저기에서 샘물이 터져 나와 계곡과 주변 마을은 늘푸른 숲과 농장이 펼쳐진다. 여기서 최남단 해변도시 에일랏까지는 420 Km, 동서의 길이는 115 km로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나라이다. 크리스천들은 한 번쯤 성지를 밟아보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지만 오직 2%만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다.

선택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유대인들은 아직도 임마누엘을 기다리는 유대교를 믿는다. 출애굽하던 히브리인들에게 바다가 갈라졌던 홍해, 그곳에 발을 담그며 더위도 식혀보았다. 이 해변도시 에이랏을 벗어나면 이 나라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네게브 사막이 펼쳐진다.


팀나공원에는 가장 오래된 구리광산이 있고 솔로몬 시대때 구리를 제련하여 항로를 통해 주변국에 수출하여 부를 축적해서 성전을 쌓았다고 한다. 이 국립공원 안에 출애굽 백성을 인도하던 3,500년 전 실물 크기의 성막을 재현해 놓았다. 현대식 고속도로의 주변에는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양떼를 따라 이주하고 사는 유목민 베두인의 삶터도 볼 수 있다.

국부로 추앙받는 이스라엘의 초대총리 벤 구리온(1886-1973)는 “남쪽 네게브로 가라. 그곳에 진리가 있다” 라고 외치며 곳곳에 국가기간 사업으로 송수관을 묻고 개발을 시도했고 수억평의 옥토를 만들어 각종 농작물과 특수작물을 재배토록 하였다.

그 자신 또한 안락한 노후생활을 접고 사막에 있는 집단 농업 공동체인 기브츠(Kibbutz)로 들어가 사유재산을 인정치않는 곳에서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썼다.

국가의 장래에 대한 꿈과 사명을 지혜와 겸손으로 실천한 벤 구리온의 뜻에 공감한 많은 젊은이들이 광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광야를 연구하는 벤구리온 대학이 브엘세바에 세워졌다. 국토의 반 이상이 광야와 사막이라면 충분히 미래를 걸만한 땅이다.

국가가 세워졌다고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으로 100년 혹은 1,000년 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받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그에 걸맞는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어찌 사막만 광대하고 험하던가? 우리의 삶도 이와 못지않으니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려보냈던 지난날을 한번 훑어 보고 돌아온 기분이다.

<송영옥/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