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FBI 본부 이전, DC 근교 안돼”

2023-07-18 (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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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BI 본부 이전, DC 근교 안돼”

“FBI 본부 이전, DC 근교 안돼”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이 지난 14일 FBI 본부 이전을 반대하며 권력 분산을 제안하고 있다.




이전을 앞둔 연방수사국(FBI) 본부 유치를 위해 버지니아와 메릴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가 전혀 다른 제안을 내놓으며 발목을 잡았다. 공화당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은 지난주 “워싱턴 근교로 FBI 본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중단하고 다른 여러 지역으로 사무실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의 배경에는 기밀서류 유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2021년 연방 의회 난입사건으로 1천여명의 사람들을 입건한 법무부와 FBI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공화당 주류가 점점 극우로 옮겨가면서 최고의 법 집행 기관에 대한 도전, 권력 분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BI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50년 전에도 있었다. 무려 48년간 FBI 국장을 역임했던 에드거 후버 국장은 정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 등 민간인들까지 사찰하며 권력을 키웠다. 권력남용의 대명사가 된 후버 국장은 대통령마저 그의 비밀 파일(후버 파일) 공개를 우려해 해임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올해 다시 그 막강한 FBI가 도마 위에 올랐다.


FBI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 변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불만과도 연계돼 있다. 법과 질서(law & order)를 강조했던 공화당은 이제 연방 법 집행 기관과 적대관계가 됐으며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법무부를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기밀 문서 유출 등 37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한 법무부, 연방 의회를 공격한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기소는 공화당 극우 층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맥카시 의장은 탈세 혐의를 인정한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은 기소하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만 기소하는 FBI를 공개 비난한 적도 있다. 그는 “FBI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며 “새로운 건물을 마련해 FBI를 한 곳에 모을 것이 아니라 여러 주로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그들의 정치활동을 견제하는 FBI를 두둔하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법과 질서’마저 정치권력에 따라 휘둘리게 된다면 미국의 미래는 없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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