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인 59% “매장 보다 화장”

2023-07-16 (일)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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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트렌트-미국의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다

▶ 매장시 비용 1만달러 안팎 화장시에는 2천달러로 저렴 친환경·장례일정 등도 장점

미국인 59% “매장 보다 화장”

북미화장협회(Cremation Association of North America)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화장 비율이 급증해 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감정적, 재정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유가족들은 막대한 장례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대부분의 주에서 사망에 따른 시신 운송, 보관 등 가장 기본적인 비용만 최소 1천 달러다. 여기에 매장 또는 장례식 비용 등이 추가된다. 무엇보다 묘지를 마련하는 비용이 가장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매장 대신 화장을 선호하고 있다.

북미화장협회(CANA) 자료에 따르면 최근 화장을 선택하는 비율이 급증해 지난해 절반이 넘는 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을 선택하는 이유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팬데믹 동안 물가가 급등하면서 60%의 미국인들은 매달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계부채도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때문에 비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장례를 치러야 하면 가장 저렴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보험 또는 상조회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묘지를 마련해 둔 사람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갑자기 장례를 치러야 할 경우 유가족들은 비용 마련에 분주할 수밖에 없다.

▲화장 비용은?

누군가 죽으면 시신을 장례식장 또는 화장터로 옮겨 보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류 작업, 화장 또는 매장 비용 등이 발생한다. 또한 화장을 하더라도 장례식, 뷰잉을 위한 장소 임대, 인건비 등이 추가되고 관, 유골함, 비석 등을 구입하는 비용도 별도로 발생한다.

전국장례감독협회(National Funeral Directors Association)의 자료에 따르면 장례비용은 평균 6,500달러지만 관 가격이 2,000달러 이상이고 묘지 가격까지 고려하면 몇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반해 화장은 비용이 3분의 1로 줄고 다른 절차 없이 바로 화장할 경우 평균 1,000~3,000달러 정도가 든다. 화장이나 매장이나 장례식의 규모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고 묘지 또는 납골당, 기념공원 등을 조성하는 비용은 훨씬 더 비싸다.

▲화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통에 따라 또는 종교적으로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최근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사회적, 경제적 위치와 상관없이 모든 세대에서 화장을 선호하고 있다.
공원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많은 묘지를 조성하는 것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젊은 세대는 압도적으로 화장을 선호한다. 또한 종교적으로 화장을 반대했던 천주교에서도 더 이상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매장의 경우 3~5일장 등 촉박한 일정에 급하게 장례식을 치르다보면 고인의 마지막을 받아들이고 슬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화장을 먼저 하게 되면 장례식은 나중에 유골함을 두고 할 수 있어 오히려 유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고 일정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화장의 미래

전문가들은 오는 2040년에는 80% 이상 화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절차나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비용은 달라질 전망이다. 수요가 많아지면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연료비나 인건비 상승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장한 다음 재를 뿌리기도 하고 납골당 또는 수목장을 치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집에 두고 기억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족들이 다른 주로 멀리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아 묘지를 마련하고 관리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골함을 집이나 이동이 편리한 장소에 두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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