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스님
무더위가 치성한 7월입니다. 산승이 머무는 약 2700피트 내륙고지의 암자에서는 지난 주말에 110도 (섭씨44도)가 넘는 무더위를 겪었습니다. 베이지역 저지대 80도 남짓의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시는 분들은 큰 복을 누리신다고 생각됩니다. 엊그제 독립기념일 축제 연휴를 지내고, 이제 9월초의 노동절까지 두어 달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하반기 시작으로 올해도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으니, 연초에 기획했던 일들의 원만성취를 위해 더욱 충실하여야겠습니다. 어느 덧 이달 27일로 1953년 6.25한국전쟁 휴전협정을 맺은 지 70주년이 되며, 아울러 한미동맹도 70주년을 맞습니다. 또한 금년에 한민족 미국이민사도 120주년을 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을 교훈삼아, 앞으로 더 늦기 전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며, 민족의 웅비를 가능케 할 계획과 준비를 다짐할 때입니다. 남한만으로도 그 영향력과 한류가 지구촌에 크게 퍼져나가며 배달겨레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이때에, 평화통일로 북한과 함께 힘을 합친다면, 단군할아버님의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인류이상 실현이 사뭇 효과적으로 앞당겨질 수 있을 줄 압니다.
지난 4월22일 스탠포드대학 구내 음악당에서 이민120주년을 기념하는 “우든피쉬 앙상블”의 공연으로 김현채님의 가야금과 병창 공연이 서양악기들과 협연되었으며, 지난달 17일에는 한미동맹70주년을 기념하여 윤다영 김솔 듀오의 “첼로가야금 앙상블” 공연이 마운틴뷰 새누리교회에서 있었지요. 산승은 두 곳 다 참석하였었는데, 고전적인 한류의 멋진 향연을 감상하고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가얏고’로 불렸던 가야금은, 한반도 남부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든 열두 줄의 현악기로서, 우륵을 통해 신라에 전승되어 고구려의 여섯 줄 거문고와 함께 우리 겨레의 전통 음악기로 전해져 오며, 우리 삶의 근본 율려와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해 왔습니다. 나효신 선생의 작품 가운데 120년전 이민선을 타고 오던 선배들의 애환을 가야금으로 풀어낸 것과 김솔씨의 한양 즉, 옛 서울 거리 풍경을 첼로가야금으로 풀어냄을 듣고 감상하면서 시공을 넘어 감성미학을 공감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지요. 30년전에 UC버클리 음대 공연장에서 들었던 황병기선생의 가야금 산조공연 등 한류의 태동으로부터, 한민족 고유의 현악기 가얏고의 율려가 얼마나 깊이 심금을 울려주는지 감격의 순간들을 거듭 추억하는 계기를 가지면서, 앞으로는 대금 등 관악기와 협주로, 나아가 장고 등 타악기와 협연으로 우리의 전통 악기들이 함께 어울려 장단 가락과 선율 및 화음의 향연이 널리 펼쳐지기를 희망합니다. 나아가 바이올린과 첼로 등 서양 현악기들과의 협연으로 지구촌 율려 문화의 균형과 조화로운 계발도 솔선수범으로 시도하기를 바라고 기대해 봅니다.
가야금과 거문고 등의 현악기 연주에서, 그 줄의 적절한 고름이 중요함은 다른 분야에도 시사를 줍니다. 수행자에게도 그 강도조절에 있어서, ‘긴장과 이완을 현악기 조율처럼,’ 이라는 격언이 전해옵니다. 즉, 마음가짐 조절의 중도를 현악기 줄 고르듯 하라는 비유로 강조 합니다. 줄이 너무 팽팽하면 그 소리가 탱탱하고 혹은 끊어질 수도 있으며, 늘어지면 전혀 제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음과 같이, 수행을 포함하여 모든 일들도 적당한 완급조절이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봅니다. 가야금의 생김새와 음질과 음색 및 연주의 특성이 활성화되어, 한류 가운데 중심적인 율려와 정서가 잘 발휘되고, 세계시민들 공감으로 평화와 생명살림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축원해 봅니다. 외부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신선과 청량함을 유지함이 곧, ‘불 속의 연꽃’으로 상징되는 오묘한 정신상황을 엿보게 합니다. 이즈음, 비록 환경생태 기후위기에 시달리면서도, 영적으로나마 시원하고 멋진 나날을 누리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