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의 속도를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 든 날은 삼 년 전쯤 아이가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려간 날이었다. 그날은 아이가 고꾸라질까 봐 두려움에 떨던 내가 두 손을 아이의 두 발 자전거에서 슬쩍 뗀 날이기도 하다. 손을 뗐다는 말도 못 하고 헉헉거리며 자전거 속도에 맞춰 달리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던 그날, 아이는 내 머릿속에 그려본 오만 가지 시나리오가 무색할 정도로 단숨에 앞으로 나아갔었다.
그 뒤로 아이는 줄넘기를 배우고, 훌라후프를 배우고, 또 축구를 배웠다. 처음에는 정말 난감할 정도로 못했지만 결국엔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나아졌다. 그동안 나는 자전거 타기를 멈췄고, 요가 배우기를 멈췄고, 또 오래 달리기를 멈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나는 그 무엇도 시작하지 못하는 어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 우리가 빛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을까?”
며칠 전 과학 서적을 읽던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타임머신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던 중 문득 떠올랐나 보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글쎄’라고 얼버무리는 것 밖에 없었다. 아이의 궁금증은 날마다 자라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빛의 속도로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라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더 빠른 이동 수단이 개발되고, 나아가 먼 미래로의 여행까지 가능해진다면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 갈 아이에게 나의 쓸모란 무엇일까 싶었다.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소설을 통해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외로움의 총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나에게는 이 메시지가 ‘기술발달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늘어날 외로움에 대비해 미리미리 사랑의 총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자’는 작가의 선견지명으로 다가왔다. 빛의 속도를 추구하며 겁 없이 앞으로 나아갈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사랑의 경험이라는 것을 깨우쳐주면서 말이다.